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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말]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70년간 끝나지 않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은 제주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제주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작전의 주축이 됐던 해병대 3, 4기 대부분이 제주도민이라는 점도 그렇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제주4·3 기간 중 한국전쟁을 겪었습니다. 이 기간 중 육지에서는 '보도연맹'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고, 제주에서는 '예비검속' 학살이 벌어졌습니다. 제주에서 예비검속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다수는 4·3 국면에서 정부에 의해 '요시찰 인물'로 분류된 사람들입니다. 제주에서 제주4·3과 한국전쟁은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제주다크투어와 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는 10월 8일부터 총 5강에 걸쳐 <제주4·3과 한국전쟁> 강연을 개최했습니다. 3강 후기는 일본에서 참여하신 오카자키 료코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10월 20일 <제주4·3과 한국전쟁> 3강 웨비나가 진행되었습니다.
2020년 10월 20일 <제주4·3과 한국전쟁> 3강 웨비나가 진행되었습니다.

들어가며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 때문에, 일상생활의 양식이 완전히 변해 버렸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태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의 도움과 준비 덕분에 개최된 온라인 연속 강의 「제주4·3과 한국전쟁」은 각자의 공간에서 전문적 강의를 받을 수 있었고, 참가자들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이번 강의에 일본 오사카에서 참가한 오카자키 료코라고 합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동네는 오사카 시내에 있는 이쿠노쿠(生野区)라는 지역이고,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이하 자이니치), 특히 제주도가 고향인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동네입니다. 저도 어머니가 자이니치3세이고 아버지가 일본 사람인 더블(double, 혼혈)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강의의 큰 주제인 「제주4·3과 한국전쟁」에 대해 생각할 때, 역시 더블의 시점, 혹은 주변에 있는 자이니치들의 시점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강의에 대하여

제3회 강의는 아시아 평화와 역사연구소소장 이신철 선생님께서 맡아주셨고, 「북한과 소련에서 바라본 제주4·3과 6·25 남북전쟁」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이신철 선생님의 강의에서는 제주4·3과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역사적 배경, 미소(혹은 연합국)의 냉전 구조와 한반도와의 관계성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 그리고 소련에서 본 제주4·3과 한국전쟁에 대한 시점, 정의, 정당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주셨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이신철 선생님께서 남북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차이를 설명하시면서, 북은 일본과 미국의 두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 투쟁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북에는 북의 견해가 있으며, 이것에 이르게 된 과정이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그 배경의 하나로 들 수 있는 것이 이신철 선생님께서도 언급하신 신천대학살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제주4·3의 희생자에 대한 보상 문제를 비롯하여, 식민지시기나 한국전쟁시기의 과거 청산과 보상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움직임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의 과거청산이나 보상문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앞으로 남과 북이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브루스 커밍스의 주장을 소개하시면서 한국전쟁은 1950년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시기의 내부적 요인(혁명의 요구나 계급 모순 등)이 있었다고 언급하신 것입니다. 이 지적을 듣고 나서, 제주4·3과 한국전쟁을 생각할 때,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빼면 이 두 가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내부적 요인의 근저에는 역시 일본의 제국주의, 식민지지배가 있었으며, 그 사실이 있는 한 일본의 책임을 계속 묻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이신철 선생님께서 한국전쟁을 “6.25남북전쟁”이라는 용어로 쓰셨건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한국전쟁이라는 명칭은 남쪽 중심의 호칭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도 개인적으로 “한국전쟁”이라는 명칭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남북을 포함한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남쪽의 “한국”만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어색함입니다. 예를 들면, “재일한국인”이라고 할 때, 남쪽의 “한국”에 귀속하는 자이니치만을 의미한다고 느끼는 감각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이신철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6.25남북전쟁”이라는 명칭은 저한테 새로운 발견이었고, 또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자이니치 커뮤니티에 대하여

북과 소련에서 보는 제주4·3과 한국전쟁이라는 주제를 생각할 때, 전에 언급했듯이 역시 자이니치 커뮤니티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남북의 사상을 가지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같은 공간 속에서 남북 분단 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과 총련(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의 조직적 대립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남북 분단을 극복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매년 오사카에서 개최되는 제주4·3 희생자 위령제에서는 “모든 희생자를 추도하다”라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으며 “희생자”를 특정 범주 안에서 규정하지 않고, 제주4.3에서 희생된 “모든” 사람들을 추도한다는 자세입니다. 또는 2018년에 개최된 제주4.3 70주년 위령제에서는 민단과 총련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하였습니다. 같은 행사에 두 조직의 관계자가 참석했던 것은 자이니치 커뮤니티에서의 남북 분단을 극복할 첫걸음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남북이 조금씩 다가서면서 대화를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강의도 그 큰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나오며

일본의 의무교육에서는 일본이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어떻게 침략했고, 현재까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충분히 가르치지 않습니다. 제주4·3,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대부분의 매체는 북을 비판의 대상으로 하여, 정치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정보를 발신하고 여론도 그것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소련 혹은 러시아에 대해서는 보도조차 거의 되지 않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태에 사는 저에게 이번 강의는 소중한 배움의 장이 되었고 북과 소련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태라고 말했지만, 동시에 약간의 희망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현재 한 달에 한 번씩 오사카, 교토에서 제주4·3을 배우는 학습회를 개최하고 있고, 매번 15명에서 20명의 젊은 사람들이 참석합니다. 그만큼 제주4·3을 비롯한 한반도의 사정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강의에서 배운 것들은 꼭 그 학습회에서도 공유하겠습니다. 이렇게 귀한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일본과 한반도의 여러 문제에 대해 배우고 논의하는 기회를 만들어내어, 국가를 넘어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연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0년 10월 20일 <제주4·3과 한국전쟁> 3강 웨비나가 진행되었습니다.
2020년 10월 20일 <제주4·3과 한국전쟁> 3강 웨비나가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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