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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기행에서는 와흘리 제주4·3 희생자위령탑 등 평소에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유적지를 찾았습니다.
지난 2월 1일 기행에서는 와흘리 제주4·3 희생자위령탑 등 평소에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유적지를 찾았습니다.

2월의 첫날(1일), 조천읍 지역을 돌아보는 4·3기행에 참여했다.

겨울 날씨 답지 않게 따뜻했던 이날, 김경훈 선생님의 해설을 들으며 4·3의 아픔을 기억하는 데 함께 했다. 김경훈 선생님의 해설과 함께 조천중학원 옛터, 옛 조천리 민간인수용소, 연북정 등을 돌며 조천리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보수단체에 의해 조천지서 앞에 세워진 표석을 보고 분노했다. 제주4·3으로 인해 희생된 주민들의 이야기는 빠져있고 제주도민 모두를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천파출소 앞에 보수단체가 세운 표지석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조천파출소 앞에 보수단체가 세운 표지석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제주4·3 당시 고문치사로 희생된 김용철 학생의 묘 앞에서 분향하고 노래 <직녀에게>를 함께 불렀다. 부르는 동안 뭔가 가슴에서 뜨거움이 몰려왔다. 불의에 저항하고 4·3진상규명을 외치며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반대했던 나의 청년시절이 떠올랐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 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 김원중 노래 <직녀에게> 가사, (문병란 시 <직녀에게>에서 따온 노래)
남매상봉기념비 비문을 함께 읽었습니다
남매상봉기념비 비문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이번 기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남매상봉기념비'이다. 김이선씨가 2007년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58년 만에 북에 있는 오빠를 만난 것을 기념해 조천리 신안동의 부모 묘소 앞에 세운 비석이다. 이 작은 비석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최상돈님이 나지막히 비문을 읽어주셨다. 울컥했는지 그의 목소리가 잠겼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참가한 분들이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4·3의 아픈 역사로 인해 한 가족의 삶이 무참히 무너지고 힘들게 살아온 우리 제주인의 모습이 이 무덤과 기념비에서 절절하게 느껴졌다.

4·3 72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4·3을 기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른들이 살아계실 때 하루 빨리 더 많은 증언채록과 연구가 되어야 하고 제주4·3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코스로 함덕리 한백흥 노인 기념비를 찾았습니다
마지막 코스로 함덕리 한백흥 노인 기념비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행동하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강행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파괴될지도 모를 지역 공동체를 우리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제주제2공항 강행저지를 위한 도보순례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4·3을 기억하는 것, 제주를 지키는 것은 외부에 의해 결정되는 운명을 단호히 반대하고 우리 스스로 '제주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2월 첫날,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왔지만 의미 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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