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영역으로 건너뛰기
[편집자말] 제주다크투어 이수정 홍보기획팀장님이 제주다크투어에 들어와 처음으로 제주4·3 행불수형인 재심재판 모니터링에 참여하시고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새내기 활동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번 재판의 모습을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사상 첫 제주4·3 행방불명 수형인 재판 '무죄' 선고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1월 21일 4·3 당시 불법군사 재판으로 희생된 행방불명 수형인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진은 법원의 선고 이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들이 만세 삼창을 외치는 모습입니다.

오늘(1월 21일), 제주지방법원은 제주4·3 당시 불법군사 재판으로 희생된 행방불명 수형인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생존 수형인에 대한 재심은 공소기각 판결까지 받은 사례가 있지만, 행불 수형인에 대한 무죄 선고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역사적인 판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재판이었습니다. 재판장에 첫발을 들였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일렬로 앉아 재판장 중앙을 바라보시던 유족분들의 뒷모습이었습니다. 그 뒷모습에서 유족분들이 그동안 고통받고 인내해 온 세월의 무게가 전해졌습니다. 재판 방청석에 앉아계시던 유족분들도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두 눈을 질끈 감으시고 두 손 모아 기도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구형까지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심을 청구한 유족들이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바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의 무죄 구형에 엄숙했던 법정은 일순간 환호 소리가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판사의 무죄 선고 후에는 방청석에 앉아계시던 유족분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내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검찰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의 내란죄, 국방경비법 위반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면서 "이 사건과 유사한 여순사건, 보도연맹 지난해 12월 선고한 4·3사건 등에서 공소사실을 특정했으나 무죄가 선고됐다.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점 등을 감안 공소사실이 특정됐다" 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피고인들의 생사여부도 확인 못 한 채 70년을 기다린 유족들이 이번 재판으로 조금이나마 짐을 덜었으면 한다. 4·3희생자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문성윤 변호사는 4·3유족은 힘든 삶을 살았으며 특별법 개정을 기다릴 수 없는 고령이라 재심을 청구하게 됐다.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변호인 개인으로서도 이와 같은 변호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사상 첫 제주4·3 행방불명 수형인 재판 '무죄' 선고
현경아 어르신이 재판부의 무죄 선고 이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사상 첫 제주4·3 행방불명 수형인 재판 '무죄' 선고
김을생 어르신이 재판부의 무죄 선고 이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재판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어르신들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현경아 어르신은 "20대에 4·3을 만나서 혼자 삼남매를 키웠다. 애들 아빠 생각이 난다····" 면서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따님의 팔을 겨우 붙잡고 말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내뱉으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현경아 어르신 따님은 "어머니가 100세가 넘으셨는데 이걸 풀어주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늘 말씀하셨다. 하지만 이제 눈을 편히 감으실 수 있으실 것 같고 정부에 감사하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서명진 어르신은 "무죄 판결 너무 감사하다. 70년 동안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유족에게는 연좌제 때문에 자식들이 하나도 공직생활을 못했다. 그럼에도 무죄 결정을 내려줘서 고맙다. 앞으로 제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라고 말씀 하시며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김을생 어르신은 ”판사님께 고맙고 가슴에 응어리 진 것이 풀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 라고 목놓아 외치셨습니다.

문성윤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문성윤 변호사 “오늘 역사적 판결이 내려졌다. 그분들의 명예가 회복되어서 대단히 다행스럽다. 다시는 이번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 한다"며 "4·3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돼 실질적으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무죄(공소기각 판결 포함)를 선고받은 불 군사재판 수형피해자는 총 36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아직도 2500명에 가까운 분들이 수형인이라는 멍에를 벗지 못한 상태입니다. 유족들은 언제까지 자신의 가족이 죄를 짓지 않았음을 직접 증명해야 할까요?

4·3특별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통과되어 불법 군사재판이 일괄 무효과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국가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배·보상 문제로 함께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주다크투어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제주4·3은 우리 모두의 역사입니다.

사상 첫 제주4·3 행방불명 수형인 재판 '무죄' 선고
제주지방법원은 4·3 당시 불법군사 재판으로 희생된 행방불명 수형인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진은 법원의 선고 이후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들이 만세 삼창을 외치는 모습입니다.

관련 글들

활동 소식
2024.5.2.

[방청후기] 무죄 선고로나마 4·3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가 되기를

자세히 보기
국내외 연대활동
2024.5.2.

[길위의 4·3 드로잉 수업] 삼양마을 4·3이야기

자세히 보기
제주다크투어 이야기
2024.4.30.

제주다크투어 후원회원 명단(2024년 4월)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