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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1일 오전10시 30분,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는 제3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재판이 열렸다. 이번 재판의 대상자인 수형인 희생자들은 모두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죄목이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수형인들이 형제거나, 부부 관계라는 것이다.

가족 중에 한 명이 세상을 떠나도 그 슬픔이 큰데, 제주4·3의 역사에서 2명, 심지어 3명의 형제가 학살되거나 행방불명되었다면, 그 가족에게는 오래도록 큰 상처와 아픔이 될 수밖에 없다. 군사재판 수형인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4·3 기간 동안 일가족이 모두 희생되거나, 많은 가족을 한꺼번에 잃어야 했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번 재판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망 고진웅, 고경웅 형제는 대흘리 출신으로 고진웅은 무기징역형을 받고 마포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한국전쟁 무렵 행방불명되었다. 고경웅은 징역 7년형을 선고 받고 목포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행방불명되었다. 이 형제들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형제 고00님의 아들 고00님은 "4·3으로 가족 6명이 돌아가셨다. 우리 아버지만 살아있었다. 우리가 클 때, 연좌제가 있어서, 취직도 어려워 그게 제일 힘들었다"라고 짧은 발언이 있었습니다.

남원리 출신 망 고한송, 고기송, 고대송은 사이 좋은 삼형제였다. 망 고한송은 군사재판으로 징역 7년형을 받고 목포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행방불명되었다. 망 고기송은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고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행방불명되었다. 망 고대송은 징역 15년 형을 선고 받고 대구형무소로 보내졌다가 부산형무소를 거쳐 마산형무소로 옮겨져 형을 마치고 석방되었다. 유일하게 살아서 가족에게 돌아온 그는 석방 이후, 고문 후유증과 지속적인 정부의 조사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1979년 5월 18일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딸 고00는 "아버지가 우리 어렸을 때라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고 오신 날은 엄청 힘들어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4·3에 대해 어디 가서 얘기도 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빨갱이'라는 오명으로 동네에 가서 얘기도 잘 못하시고, 고문을 받으셔서 몸이 좋지 않으셨다. 그러다보니 경제활동이 힘들었다. 어머니만 남의 밭에서 일을 해가지고 우리도 살았다. 학교도 돈이 없어서 중학교밖에 못 다녔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아버지가 힘들어 했던 기억이 많다."라는 안타까운 소감을 남겼다.

대정읍 동일리 출신 망 강봉현, 강봉흠은 형제였고, 망 강봉화는 이들의 사촌이었다. 강봉현은 1949년 6월 30일 사형을 언도받고, 제주비행장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 제주비행장 유해발굴 과정에서 그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그의 형제 망 강봉흠과 사촌 망 강봉화도 무기징역 7년형을 선고 받고 목포형무소로 보내졌으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행방불명되었다. 강봉현의 딸 강00는 아버지가 희생된 후에 너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먹을 것이 없어서 눈에 파뭍힌 고구마를 주어다 먹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그 가난이 지금도 한이 맺혀 있다고 했다.

이날 재판을 기준으로 1000명이 넘는 수형인 희생자가 무죄선고를 받았다. 아직 1천여 명의 수형인 피해자가 더 남아있고, 일반재판 수형인 피해자도 남아있지만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검찰과 재판부는 이미 망인이 된 피고인들을 철저히 조사하여 그들에게 부여되었던 공소사실(국방경비법 위반, 내란죄)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음을 밝혀내고 인정했다. 매 재판마다 수형인 피해자들의 가까운 가족들이 재판 직전에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고, 희생자의 유족들이 겪여내야 했던 연좌제의 피해에 대한 증언도 끊이질 않았다. 아직 재심이 진행되지 못한 수형인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도록 신속한 재판의 절차와 조사의 진행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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