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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노무현대통령이 제주4·3에 대해 사과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되고, 2003년 4·3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며 제주를 찾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 이후 많은 것이 변하였고, 아직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변하였고, 변하지 않았는지, 앞으로 제주4·3의 역사가 제대로 서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되어 그 후기를 남긴다.

10월 29일,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사)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의 주최로 제주4·3평화교육센터 대강당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4·3사과 후 진실 규명과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에는 제주내 4·3관련 단체들뿐 아니라 전국의 노무현재단 지역위원회가 참석하여 대강당의 자리를 가득 채웠다.

기조강연을 나선 현기영 소설가는 노무현 前대통령을 생전에 만나본 적은 없으나, 그를 위해 남겼던 추도사를 다시 읽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진정한 민중의 벗, 노무현"으로 기억하는 그는 참여정권에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을 역임하며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4·3과 함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이한 이태원 참사 모두 '국가'의 부재로 인한 것이며, 국가가 시민을 죽인 것이라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비극적인 일련의 참사들이 각각 1건의 사건이 아니라 희생자 한 사람 개별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4·3은 3만 개의 사건이며, 3만 사건 희생의 책임은 '대도살자' 이승만 前대통령의 책임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조사가 이루어졌고, 노무현 前대통령으로부터 정부를 대표해 첫 사과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특별법 전면개정을 통해 보상금 지급, 직권재심 등 다양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면서 이제 4·3의 진상규명과 정의가 어느정도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되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의 발표와 토론 그리고 객석의 질의응답은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정연순 변호사( 前 제주 4·3범국민위원회 이사장)의 진행으로 양조훈 前 4·3평화재단 이사장, 이상희 변호사(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가 기조발제를 했고, 이재승 건국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와 이상언 제주4·3희생자유족회 상임부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양조훈 前이사장은 4·3진상조사보고서가 4·3을 '폭동'에서 '인권유린'이라는 개념으로 변화시킨 매우 의미있는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진행 중인 추가진상조사 또한 국내 과거사 관련 최조의 사례로 의미가 크며, 앞으로 추가 진상조사에서 다뤄야할 과제들을 언급했다. 그는 4·3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대해 이제는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미군정의 핵심 인물이었던 하지 중장, 브라운 대령, 로버츠 고문단장 등의 직접적인 개입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이승만 정권에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4·3이 5년 동안 장기화된 이유를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희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 ▲ 과거사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첫 번째 공식적인 사과이며, ▲ 진상규명에 따른 국가의 책임을 전제로 한 것이고, ▲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을 제시하고, 제주 4·3에 대한 국가 책임의 ‘종언’이 아니라 피해 구제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제주4·3특별법의 개정 경과를 설명하며, 이 법의 성과와 의미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개정방향을 제안했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직권재심은 인정받은 희생자만이 대상이 될 것이 아니라, 4·3 진상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처벌받은 피해자들도 직권재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윤석렬 정권이 정권과 입장이 다른 국민에 대해 '반국가행위자'라고 명명하며 차별과 배제의 대상화를 하고 있다는 최근의 상황을 지적했다. 이는 모든 국민은 어떠한 이유로도 인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적 대원칙을 훼손하고 있고, 4·3운동의 성과와 특별법의 가치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제주4·3특별법의 제·개정은 제주 4·3운동의 성과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도 없다. 개정된 법률의 의미와 가치를 확산하고, 개정된 법률을 이행기 정의 실현을 위한 동력으로 삼을 때에야 비로소 그 의미가 온전히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토론을 마쳤다.

이어진 이재승 교수의 토론에서는 4·3특별법은 다양한 주체와 요소들이 작용하여 제·개정되어 왔다며, 법개정의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몇가지 쟁점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국회를 통한 특별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한계를 설명하며, 중앙정부 차원인 아닌 도의회 차원에서 먼저 4·3의 정명을 위한 변화를 도모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상언 부회장은 유족으로서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했다. 4·3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문적 의견, 배제된 또는 인정받지 못한 희생자들의 문제, 민법의 가족관계가 갖는 한계, 연좌제 및 재산피해에 대한 보상, 가해자 처벌, 일본의 조선인에 대한 보상 등에 대한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객석에서도 많은 질문과 의견이 나왔다. 4·3의 뒤에 이름을 붙이자는 의견, 10년 전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고무적인 평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 방안, 제주도내의 4·3에 대한 교육과 인식개선을 위한 우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 종교계의 피해에 대한 대안, 4·3 역사 왜곡 세력에 대한 처벌 방안 등이 그것이다. 발제자와 토론자 구분없이 질문들에 대한 서로의 의견들이 답변으로 이어졌다.

4·3의 역사를 알리고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제주다크투어도 앞에서 제시된 과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이다. 이미 제도권에서 직권재심, 피해 보상금 지급, 4·3평화공원/재단을 통한 진상조사, 희생자 추모 및 유족복지, 학술 연구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사각지대에 있는 희생자들과 유족의 피해 회복, 4·3에 대한 역사왜곡 저지, 가해자에 대한 역사적 처벌, 미군정의 책임 규명 등 많은 과제가 있습니다.
특히, 4·3을 무엇이라 명명할 것인가는 오래된 과제 중 하나이다. '항쟁', '통일운동' 등 제안된 대안들이 있으나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명칭은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제는 이것을 정할 때가 되었다는 의견이 다수 등장했다. 그러나 반대로 제주도민들도 4·3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듯이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한 과제다. 이 질문은 특정 전문가에 맡겨서 나오는 답이 아니다. 4·3 역사를 기억할 우리 모두가 답할 수 있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각 답안의 한계와 의미를 정리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겠다. 제주4·3평화공원 기념관의 첫 전시물인 4·3의 백비가 세워질 날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백비를 세우는 지렛대에 더 무거운 힘이 실릴 구체적인 과제들을 추리고 실현해야 할 때이다.

4·3에 대한 대통령 사과 20년을 주제로 제주MBC 시사기획 <이슈잇다>에서 10월 13일 방영한 '4·3 대통령 사과 20년' 에 대한 토론내용이 방영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제주다크투어 양성주 대표가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의 자격으로 대담에 참여하여 관련 영상도 함께 공유드립니다.

자세한 토론회 발제 및 토론내용은 링크를 클릭면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제주4.3, 명예회복을 위한 남은 과제은?

오마이뉴스,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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