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을 맞는 올해, 어느 때보다 4.3의 전국화 뿐만 아니라 세계화를 위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 국내에 거주 중인 외신기자 및 영자신문사 기자들을 초청해 프레스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10년이 넘은 기자들도 있었지만 제주 4.3과 관련한 프레스 투어는 처음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에 상주하는 기자들이니만큼 예리한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제주 4.3을 다뤘는지, 현재 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사안들은 무엇인지 등 시작부터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첫 시작은 4.3 평화공원으로 정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기념관을 보기에 앞서 양조훈 4.3 평화재단 이사장이 외신기자들을 맞이했습니다. 본인도 전직 언론인으로서, 제주 4.3의 진상규명 운동을 어떻게 진행해왔는지 외신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념관에서 4.3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은 후, 4.3의 현장, 선흘 도틀굴로 향했습니다. 동백동산 내에 있는 도틀굴에는 당시 20여명의 선흘지역 주민들이 숨어있다가 토벌대에 발각되어 학살당한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그 근처 목시물굴, 벤벵듸굴 등 다른 굴들도 학살의 현장입니다. 몇몇 외신기자들은 실제 굴 속에서의 사람들의 삶을 체험해보고 싶다며 이번에는 어렵겠지만 다음 기회에는 꼭 굴 속을 취재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학살의 현장에서 북촌마을로 이동해 북촌마을 고완순 노인회장님의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취재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기행이 끝날 때, 할머니 증언을 듣는 시간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4.3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마을 중 하나인 북촌마을. 당시 7살 소녀로 학살의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고완순 할머니의 증언을 들으며 그때의 마을을 상상해봅니다. 그 끔찍했던 순간, 가해자는 오늘날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피해자는 그 날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제주 4.3을 외국으로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니만큼 저녁에는 유족회와의 간담회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 회장님은 외신기자 모두를 환영한다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이번 기행에서 본 것들을 그대로, 남김없이 잘 전달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히 유족회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는 미국의 책임을 묻는 문제와 관련해 외신기자들이 힘써줄 것을 재차 강조하셨습니다.
둘째날은 알뜨르 비행장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알뜨르 비행장이 있는 대정 지역은 오래 전부터 군사적요충지로 간주되어 육군 훈련소, 고사포진지, 진지동굴 등 일제 강점기 당시 많은 군사 시설들이 지어졌습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잔재인 알뜨르비행장을 포함해 고사포 진지, 진지동굴 등을 둘러보며 제주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였습니다.
섯알오름을 지나 동알오름을 건너 송악산까지 걸어가는 길에는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는 일제 강점기 고사포진지와 진지동굴이 있지요. 아름다운 풍경 속, 군사기지화 되어가는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해군기지도, 공군기지도 필요 없는 평화의 제주가 되어야 겠지요.
섯알오름 희생자들이 모셔져 있는 백조일손지지도 방문했습니다. 제대로 된 가족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었던 시절, 뼈를 수습해 하나 하나 맞추며 가슴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유족들의 마음을 떠올려 봅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진아영 할머니 삶터입니다. 한평생 후유장애인으로 살아오신 진아영 할머니의 삶을 돌아보며 4.3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돌이켜봅니다.
이번 기행에 참가한 외신기자들은 "이제까지 참가한 프레스 투어 중 최고였다"는 감탄을 연발하며 새롭게 알게된 제주 4.3의 이야기에 기행 내내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주의 역사를, 그리고 그 현재적 의미를 기사로 잘 풀어내겠다 약속도 하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4.3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프레스 투어에 참가했던 기자들이 작성한 4.3 관련 기사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그리고 전세계에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 4.3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일에 제주다크투어가 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동해나가겠습니다.
* 이 기행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평화기행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