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제주다크투어 월간 일일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제주다크투어의 기행 소식을 들은 많은 분들이 이 날 기행에 함께 하셨습니다. 따뜻한 봄 날이니만큼 가족들과 함께 오신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많았습니다. 평소에도 제주다크투어 활동에 관심이 많으셨던 뉴욕타임즈 기자님도 취재차 기행에 함께 하셨습니다. :)
이날 월간 일일기행은 제주4·3을 알고 싶어하는 초심자들을 위해 마련한 코스, '제주4·3 첫발 딛기'입니다. 4·3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싶지만 혼자 오시는 분들의 경우 기행에 참가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그래서인지 개인으로 신청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참가하고 싶어 하시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강호진 제주다크투어 운영위원의 해설을 들으며 제주4·3평화공원, 목시물굴, 서우봉 진지동굴, 북촌 너븐숭이를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해방 전후로 제주가 타 지역과 비교해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독특한 지역이었다는 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한다"며 일어난 제주4·3은 당시 불을 붙였습니다. 제주4·3은 당시 하나의 자주 공동체를 만들어보려 했던 민중들의 항거였습니다. 그리고 이 불꽃은 여순항쟁으로, 대구10월항쟁 등으로 번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저항의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습니다. 이 날 찾은 북촌 너븐숭이에서도 당시 국가권력이 자행한 폭력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소설 <순이삼촌>의 배경이기도 한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는 4·3 당시 가장 많은 희생을 낳았던 '북촌대학살'의 현장입니다.
누군가 제주4·3으로 인해 벌어진 학살의 후유증에 대해 말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제주4·3으로 인해 마을이 불타고 사람이 죽은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간성 말살과 공동체 붕괴다"
제주4·3항쟁 이후 6년 6개월간 진행된 학살의 시기는 '광기의 시대'였습니다. 학살이 보복 학살을 낳았고, 한 마을 안에서 군경 가족과 무장대 가족으로 나뉘어 대립했습니다. 70여년 전 벌어졌던 이 사건으로 인해 아직도 마을 주민들이 제주4·3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큰 용기를 내야합니다.
이 날 기행에서 만난 한 마을 주민은 "나의 아버지 죽음에 대해서 가족들이 아니라 동네 어른으로부터 처음 알게 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십년 전에 자신들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누군가가 아직도 한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날의 일'을 입밖으로 내뱉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이죠.
당연하게도, 제주4·3으로 희생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후세대들이 알기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겠지만 우리는 조금씩 들춰보려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치부하려했지만 실은 곪아있는 그들의 상처 위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아버지, 어머니가 겪었던 일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주4·3은 제주만의 기억은 아니지요. 어두운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태어난 우리 모두의 일이기도 합니다.
이 날 기행에 함께 하신 뉴욕타임즈 최상훈 기자님께서 그 날의 기억을 담은 기사를 멋지게 써주셨습니다. 4·3을 궁금해하고 진실을 알리려는 시민들의 힘으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는 제주의 역사에 대해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 Memories of Massacres Were Long Suppressed Here. Tourists Now Retrace the Atrocities
P. S. 혼자 오시는 분도, 친구와 함께 오시는 분들께 제주다크투어가 여는 월간 일일기행에 초대합니다. 제주4•3이 궁금한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하는 평화기행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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