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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29일 일본 히토츠바시 대학 가토 케이키 교수님과 학생들이 제주를 찾았습니다. 더운 날씨이지만 함께 여러 유적지들을 다니며 제주의 역사를 배우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올해로 66주년을 맞은 한국전쟁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을 이야기하며, "단독정부, 단독선거 반대"를 외쳤던 4·3의 정신을 기억했습니다. 정전협정을 넘어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도함께 나눴습니다. 기행에 함께했던 이시다 린타로(石田麟太郎) 학생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일본어로 작성한 후기를 번역해서 게재합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다양한 장소를 안내하고 해설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가이드북만 들고 가는 여행과 관광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것이 참 많았습니다. 몇 부분으로 나누어 감상문을 써보고자 합니다.

제주를 찾은 히토츠바시 대학 학생들
제주를 찾은 히토츠바시 대학 학생들

역사에 대한 자신의 빈약한 상상력

다크투어 2일 째에 한국전쟁 중의 대학살에 관한 설명을 들었고 ‘왜 예비검속한 사람을 죽였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전공부가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그 후 스스로 조사해보고 돌이켜보면서 ‘이승만 정권에게 그만큼 공산주의자가 위협적이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학살과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만 당시의 상황을 단지 지식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을 반성했습니다. 동시에 그런 상황을 이해함으로써 정권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되고 목숨을 빼앗았던 학살이 불합리 하다는 것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역사를 대하는 저의 자세도 바꾸고자 합니다.

북촌 너븐숭이 위령비 앞
북촌 너븐숭이 위령비 앞

역사를 마주하는 자세

제주다크투어와 함께 하는 기행 중에 태극기가 걸려있는 위령비를 보고 박물관을 안내해 주시거나 가운데 한국에서 자국의 어두운 역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물론 불완전한 부분이긴 하지만 권력의 잘못과 인권침해를 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4·3사건과 그와 연결된 비슷한 사건, 학살에 관해 단순히 사죄나 배상·명예회복뿐만이 아니라(물론 이것도 중요합니다만) 미래의 평화를 생각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인권의식이 더 크게 발전하고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는 자세입니다.. 이번 기행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습니다만 베트남 전쟁 시의 성폭력에 대한 반성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러한 태도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일본은 ‘위안부’ 나 ‘징용공’에 대해서 ‘거짓말’, ‘반일선전’이라고 평하며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후세대로 이어가는 자세가 결여된 현상을 보입니다. 그런 자세의 끝은 단순히 ‘역사수정주의’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성폭력이나 성착취 피해를 당하면 ‘그렇게 밤 늦은 시간에 외출하니까’ ‘노출이 많은 옷을 입었던 게지’ ‘자신의 의지로 따라간거 아니야’라고 말하며 자기 책임론과 여성의 용기있는 증언을 ‘거짓말’로 치부하며 피해를 왜소화하는 발언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에 대한 공격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며 일본에서의 인권의식 향상을 위해서는 역사수정주의에 대항하는 것이 불가결합니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국제사회 속에서도 인권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셋알오름 고사포진지
셋알오름 고사포진지

대화·교류의 필요성

일본에만 있으면, 일본인과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에서 기지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한국(제주)에서도 동일하게 기지 반대운동과 리조트 개발에 대한 반대운동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있으면 한국만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시민은 대통령, 총리 등 뉴스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로 대표되고 이로 인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저의 소극적인 모습도 반성합니다. 공통의 과제에 대해 다른 나라의 시민과 연대해서 활동하는 것은 빈곤문제 등 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다른 나라 사람들의 얼굴·감정·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는 것에도 연결된다고 봅니다. 상대 사람들의 얼굴과 생각이 더 구체적으로 떠오른다면 사람을 죽이는 것도, 또그 사람들을 죽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크투어에 참가한 시기(7월 말)를 전후로 한일관계가 급속하게 악화했지만 서로의 얼굴을 아는 시민들간의 연결은 결코 끊어져서는 안되며 그러한 연결이 관계 개선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member Jeju 4.3 Tatoo
Remember Jeju 4.3 타투스티커

현재와 과거를 잇는 것

지막으로 현재와 과거는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절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다크투어를 통해 느낀 것이기도 하고 이러한 내용은 지금의 일본에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 강점기의 군사기지 흔적이 남겨져 있다고 하는 물리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부분도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가장 많이 느끼게 된 것은 위령비 머리 부분에 태극기가 조각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입니다. 자신의 가족은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고 국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은 그만큼 공산주의자 가족이라는 낙인이 가져다 준 고통의 무게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4·3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거슬러 올라갔을 때 이 사건이 일제 식민지 지배에 기인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국, 연표로만 모든 역사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그러한 점이 한일간의 역사인식을 둘러싼 최대의 장벽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일본의 역사교육에서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연호와 ‘한일병합’이라는 단어만을 가르치고 구체적인 것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후가 되면 한반도에 대해서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특수경기를 맞이했다’라는 기사가 나올 뿐입니다. 사죄·명예회복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지금 어떤 심정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지, 그런 마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하고자 하는지를 아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서 생각하는 일,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이는 결코 ‘반일선전’이라는 음모론이 아닌 더 좋은 세계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코 한국만의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오키나와도 일제 침략행위의 결과로 “버려진 돌”이 되어 미군정의 지배를 받은 결과 지금에 이른것을 생각한다면 ‘일본인’도 지금과 과거를 이어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의 집단자결문제조차 인정하지 않고 지역주민의 감정을 무시하고 기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려고 하는 지금의 ‘일본’에서는 어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만 이 땅에서 나고 자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동아시아의 역사를 생각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이를 같은 동아시아 사람들과 공유하며 더 좋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기행과 조금 동떨어진 감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2일간의 4.3 기행을 통해 이상과 같이 느꼈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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