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세계기자대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80여명의 전세계 각국 기자들이 제주4.3 평화기행에도 함께했습니다. 하루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평화공원, 북촌 등 4.3 기념관 및 유적지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사실 기자 생활을 오래 한 참가자들 중에도 제주 4.3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사람들이 외쳤던 구호, "통일독립 전취하자", "친일모리배 척결하자", "단독정부 수립반대" 등에 대해 들으며 현재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 상황과 개선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세계기자대회 참가자들은 오랜 시간 4.3에 대해 연구해 온 한겨레 허호준 기자님으로부터 4.3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도 들었습니다. 기행 시간 자체가 짧아서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없는만큼 허호준 기자님의 핵심을 짚는 설명이 4.3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은 4.3 당시 9세 소녀였던, 북촌 고완순 노인회장님의 증언 시간이었습니다. 구사일생으로 북촌 학살 때 살아남으신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기자들은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서 당시 상황을 조리있게 잘 전달해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하며 그 만큼 그 기억이 할머니께는 잊기 어려운 아픔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참가자들은 위령탑 앞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며 참배도 하고, 너븐숭이 애기무덤과 현기영 선생님의 문학비도 둘러보았습니다. 문화와 역사가 다른 나라 출신들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겠지만, 캄보디아, 베트남 등 학살의 역사를 경험한 나라 기자들은 자신들 나라와 매우 비슷한 일들이라며 공감했습니다.
저녁식사 때는 4.3 희생자 유족회에서도 함께 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제주 4.3이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유족회장님께서는 몇 번이나, 기자들에게 각국에 돌아가 4.3을 잘 알리는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물론 참가자들도 이렇게 중요한 역사는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는데에 공감했습니다.
남북회담 소식이 들려오면서, '세계기자대회'에 참가한 외신기자들은 한반도 통일, 남북회담의 전망, 제주4·3 재조명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했습니다. 제주4·3은 남북의 분단에 반대하고 민중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일어났던 반분단운동의 성격도 컸기 때문입니다. 봄바람 같은 평화의 기운이 제주를 비롯해 한반도 곳곳에 자리잡길 바라봅니다.
하루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가자들이 충분히 제주의 역사를 현장에서 느끼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4.3이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많은 세계 시민들이 제주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이 기행은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평화기행의 하나로 진행 되었습니다.
해외 기자들의 눈에 비친 제주 4·32018.3.9(금) [해외 기자들의 눈에 비친 제주 4·3] 세계 각국 기자들이 제주 4·3 역사를 알기 위해 학살 현장을 걸으며 4·3이 남긴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되새겨 #북촌 #너븐숭이 #역사기행 #외신도_귀를_기울인다 #당신은?
게시: KBS뉴스 제주 2018년 3월 9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