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크투어는 오늘 북촌리와 동복리에서 열린 4.3 위령제에 다녀왔습니다. 10시부터 시작된 북촌리 위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너븐숭이 기념관이 가득 차 있었어요.
70년 전 오늘(음력 12월 19일) 새벽, <순이삼촌>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제주 북촌마을에서는 이틀만에 5백여명의 주민들이 학살당했습니다. 4·3 당시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큰 희생자를 낸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매년 이 날이 되면 북촌리와 동복리에서는 당시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합동 위령제를 지냅니다. 희생자 분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제주다크투어도 정성스레 제주(祭酒)를 준비해 올렸습니다.
북촌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해방 이후에도 인민위원회를 비롯한 청년회 자치조직이 활발히 움직였습니다. 1947년 3월 1일 '3·1절 기념대회'에도 북촌리 주민 2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주 어느 마을이 그렇듯이 북촌 마을 주민 분들을 만날 때마다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다는걸 알 수 있었어요.
1948년 12월 16일 토벌대에 협조하던 주민 24명이 동복리 낸시빌레에서 집단총살을 당했습니다. 그 다음해 1월 17일에는 이른바 북촌대학살이 발생합니다. 당일 아침 세화에서 함덕으로 이동하던 군인들이 무장대의 기습을 받아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마을 원로 9명이 2명의 군인 시체를 들것에 실어 함덕 대대본부로 운구하여 갔으나 경찰 가족 한 명을 제외하고 8분이 그 자리에서 총살 당합니다. 군인들이 죽은 것에 대한 보복으로 군인들은 마을의 집을 모두 불태우고 400여명 이상의 주민을 집단 총살합니다. 이 사건으로 북촌리 공동체는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다행히 2000년, 4.3 북촌 유족회 창립을 시작으로 2007년에 너븐숭이 위령성지가 개관하면서 북촌은 4.3을 기억하기 위해 제주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잘 알려진 유적지가 되었습니다. 주변의 당팟과 옴팡밭, 애기무덤 등 아름다운 해안마을 북촌에 서려있는 4.3의 이야기는 더욱 처연함을 자아냅니다. 제주다크투어가 기행을 할 때 꼭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북촌리 위령제를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동복리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70년 전, 북촌 학살을 끝내고 돌아가던 제2연대는 동복리에서도 약 90여명을 학살했습니다. 북촌 마을 사건이 너무도 끔찍해 같은 날 일어났던 동복리 사건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우리가 꼭 같이 기억해야 하는 사건입니다. 당시 군인들은 동복리 주민들에게 연설을 들으러 나오라고 한 뒤 '굴왓'으로 끌고가 주민들을 학살했습니다. 당시 4분이 극적으로 살아나 당시 끔찍한 현장을 증언했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무자년의 그 참사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하여 여기에 돌을 세운다
용서하지만 잊지 않기 위하여
영구불망의 돌을 세운다
우리는 또한
평화의 이름으로 이 돌을 세운다
세계의 사람들이 그 참사의 생생한 진상을 통해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도록
전쟁 반대의 이름으로 이 돌을 세운다- 북촌리 희생자 위령탑 비석에 쓰인 글, 소설가 현기영
제주다크투어도 북촌마을 위령비에 있는 현기영 선생님의 시를 마음에 새기며 제주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활동하겠습니다.
희생자 분들의 해원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