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 멍든 가슴 이제사 풀어짐수다(한 평생 멍든 가슴 이제야 풀어집니다)"
오늘(3월 16일) 제주지방법원에서는 제주4·3 당시 억울하게 죄인으로 몰려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옥살이를 하다가 행방불명(강제실종)되신 행방불명 수형인 333명에 대한 재심 재판이 선고되었습니다.
모두 무죄였습니다.
이날 재판은 대상 인원이 많은 만큼 10~20명씩 조를 나누어 총 18회에 걸쳐 릴레이로 진행됐습니다.
재판부의 피고인 신원 확인, 검사의 공소 제기, 변호사의 무죄 주장, 이어 검사의 증거 없음으로 인한 무죄 구형, 변호사의 최후 변론, 그리고 재판부의 무죄 선고. 이날 열여덟 번의 재판은 이 순서로 이뤄졌습니다.
한 재판에서 유족들이 판사의 "무죄" 소리를 듣는데 소요된 시간은 짧으면 10분, 길면 20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유족들이 이 법정에 들어서기까지는 7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고령의 유족들은 수십 년간 가족에게 씌워졌던 죄인이라는 멍에를 벗겨내는 재판부의 "무죄" 소리에 눈물을 쏟거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그동안 우리는 그들이 과연 국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했을지 몇 번이나 곱씹었을지 알지 못한다"라며 "오늘 선고로 피고인들과 그 유족들에게 덧씌워진 굴레가 벗겨지길 소망한다"라고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유족측 변호인인 문성윤 변호사는 "이번 무죄 판결은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이날 선고의 의미를 짚었습니다. 문 변호사는 이날 재판 중 변론으로 자신이 겪은 제주4·3의 상처에 대해 말하며 재판부에 무죄를 선고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행방불명 수형인 중 무죄 선고를 받은 분은 오늘 333명과 지난 1월 27일 무죄 선고를 받으신 분을 합하여 343명입니다. 전체 행방불명 수형인 2530명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가 많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의 내용 중에 군사재판에 대해 국가에서 일괄재심을 하도록 했고, 일반재판도 특별재심이 가능토록 개정됐다는 점입니다. 국가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소외되지 않도록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피해보상과 관련하여 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배상은 '수혜'가 아닌 피해자들이 갖는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있을 배상의 설계와 결정 과정에서 4·3피해자 및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사회 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이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