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수요일, '4·3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 4·3 국제네트워크 (이하 4·3 국제네트워크)'가 창립되었습니다. 이날 오후 2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창립식이 열린 뒤, 4·3 진실과 정의를 위한 국제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제주다크투어도 이날 포럼에 참석하였습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열린 국제포럼은 '제주4·3 국제운동의 현실과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김종민 제주4·3중앙위원회 위원이 좌장을 맡고, 양성주 제주4·3희생자 유족회 사무처장과 이택광 경희대 교수가 각각 '제주4·3 국제운동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와 '4·3 담론의 국제화를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양성주 유족회 사무처장은 제주다크투어 대표이기도 합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4·3담론, 국제화를 위한 과제"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이 교수는 에릭 홉스봄이 정의한 '단기 20세기'의 개념을 통해 4·3이 일어난 배경과 제주4·3이 국제적 사건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단기 20세기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부터 소련이 무너진 1991년까지를 말합니다.
우리는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주도한 자신들의 패러다임으로 '정의로운' 연합군이 나치를 타도함으로써 정의가 승리한 전쟁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끈 연합국이 승리한 전쟁의 이면에서 제주4·3 대학살이 일어났습니다. 나치에 저항해서 정의가 승리헀다고 하는데 제주도민이 죽어야 했던 이유, 이 교수는 그것은 "제주도에서 제3세계 전쟁이라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홉스봄의 분석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에서 내전이 시작됐습니다. 국가 간 전쟁에서 국가 내 전쟁으로 변화했습니다. 제주4·3은 홉스봄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건인 것입니다.
일부는 제주4·3은 반공주의를 명분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기상으로 제주4·3은 반공주의 성립 이전 사건이며, 따라서 반공주의는 대의명분을 얻지 못합니다. 즉, 제주4·3은 지정학적 전략을 바꾸어 놓기 위해 미국이 개입한 정치적 기동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했다고 하면서 일본 제국주의를 그대로 가져왔다. 제주4·3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를 만드려는 미국의 팽창정책이 낳은 비극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4·3의 재조명과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시대 전후 체제에 대한 반성이 이뤄저야 한다며 이를 위해 4·3의 국제적 담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과정으로 '4·3과 국제운동과의 연대를 통한 의제 확장', '보편적 학술 담론 형성을 위한 합의와 지원', '보상운동을 넘어서서 새로운 역사기술법 문제로 접근', '4·3을 통한 새로운 국제질서 전망 도출 계기 마련' 등을 제시했습니다.
양성주 대표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활동을 중심으로 "제주4·3국제운동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미국워싱턴DC 국제 컴퍼런스 참석 및 미국 의회 상원위원회에 청원문을 전달하고, 노스캐롤라이나, 뉴욕, 워싱턴 등을 방문, 4·3증언회 및 백악관 앞 미국정부 책임규명 집회 등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책임규명을 위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제주 4·3에 대한 미국책임 서명 운동을 전개하여 2018년 10월, 미대사관에 10만 서명 용지를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양성주 대표는 제주4·3특별법이 20여년 만에 전부 개정되어 군사재판에 대한 직권재심, 일반재판에 대한 특별재심, 제주 4·3희생자에 대한 개별배상 실시, 추가 진상조사 실시,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4·3의 향후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4·3의 향후 과제로는 정명의 문제, 국가폭력 가해자의 책임규명 및 처벌, 진정한 화해와 상생을 위한 조치, 미국의 역할과 책임 규명 그리고 사과조치, 재발 방지와 세대 전승, 교육 등이 남아있다고 하였습니다.
양성주 대표는 "4·3에 대한 국제활동 연대체를 구성해 과거사 미국 관련 단체와의 교류 및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관련 단체의 국제활동에 대한 역할 분담과 함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계획과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제에 이어 김남훈 6·15제주본부 집행위원장, 김지민 4·3을 생각하는 유럽 모임 대표, 김태연 제주여민회 이사, 김현태 4·3을 생각하는 오사카 모임 대표, 박범철 경문고 교사, 박진우 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 임기환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등이 참여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한편 4·3 국제네트워크는 민간차원의 제주4·3 관련 국제적인 연대기구를 구성을 통해 4·3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 확산과 미군정의 책임 규명을 포함한 국제적 대응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제주와 서울, 일본, 미국, 유럽, 대만 등 국가에서 4·3의 진실과 정의를 위해 힘을 모았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를 중심으로 제주4.3범국민위원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재일본 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 재미 4.3기념사업·유족회, 대만 제주4.3 동지회, 제주4.3을 생각하는 유럽모임 등 7개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또한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 도쿄, 오사카 2개 단체가 참여 여부를 논의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