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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말> (사)제주다크투어에서는 4·3유적지를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시민지킴이단을 결성하여 제주4·3 유적지 일부를 선정하였습니다. 또한 사전답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시민이 직접 만든 안내판을 만들고, 웹게시판 및 QR코드 리본을 제작하여 활동한 내용을 알리고자 합니다. 2022년 시민지킴이단에 참여한 김정도님의 활동 후기를 소개합니다.

“아방이 누구나?
제주도 왜 왔나?“
아름다운 제주 이곳의 터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과의 첫 만남은 조금 낯설었다. 어딜 가나 관계란 게 나와 같을 순 없겠지만 이주민과 원주민의 차이를 여러 날 동안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속상한 마음에 "서울로 올라갈까?"란 생각도 수십번...

서운한 마음으로 지낼 무렵 제주의 역사와 지리, 문화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척박한 땅 제주였지만 제주는 학구열이 높았고 기개가 높은 지역임을 4·3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추리 탐정인 양, 역사 탐방가인 양 틈틈이 시간을 내어 4·3의 현장을 찾아 보았고, 자연스레 연구하는 친구들도 만나게 되어 발표하는 지금의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 뜻 깊음에는 원주민들과 동화, 그렇게 제주 도민으로 스며들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찾은곳은 한라산의 어느 산자락이다.
산록도로 드라이브 코스로 얼마나 많이 달렸는데 이제야 이곳을 찾았다.
보려고 하니 보인다.
한라산 남쪽 아랫마을 영남리는 4·3때 사라진 마을이다.
그 산록도로에서 진입로를 꼬불꼬불 내려가면 멋진 팽나무와 2001년도에 세워진 표지석 그게 전부다. 계단식으로 일군 밭과 대나무가 군데군데 있음에 한눈에 그곳이 집터임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볼 것이다.

구 “잃어버린 마을”
정말 그들이 마을을 잃어버린것인걸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일까
먹먹한 마음.
우리는 “빼앗긴 마을”이란 슬로건으로 우리 시민지킴이단 2기는 길을 나섰다.

1898년 방성칠 난.
1901년 이재수 항쟁.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에는 영남리 주민이 6명이나 옥고를 치렀다.
목축과 화전을 일구는 50여 가구 90여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그들의 기상을 엿볼 수 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 먹고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는 그 산마을에서 그런 기개는 어디서 나왔을까? 작은 마을이지만 서당에서 글공부하는 소리도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 탓인가? 이곳 영남리는 인구 대비 희생자 수가 4·3으로 인한 최대의 피해 마을로 기록되고있다.
주민들은 4·3이 발발한 후에도 한동안 사태와 무관하게 지냈다.
그러나 4·3 사건 당시 중산간 지역 초토화 작전에 따른 소개령이 발효된 1948년 11월 18일 토벌대가 초토화 작전을 벌이며 영남리에 난입했다. 토벌대는 마을이 한라산 밀림 지역에 접해 있어 무장대와의 왕래가 있다고 판단해 닥치는 대로 총을 쏘며 주민들을 학살하고 불을 질렀다.이런 토벌대의 만행에 주민들은 해안 마을로 내려갈 생각을 못 하고 마을 위 어점이악 주변의 밀림과 자연 동굴에 몸을 숨기며 살았다. 주민 대부분이 해안으로 내려가지 않고 마을 부근에서 생활하다 희생되었다.
이곳 영남동 마을 사람들이 떠나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토벌대에 의해 희생되어 빼앗긴 마을이다.
생존자나 이곳의 유가족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었다. 그 길은 쉽지 않았다.
이 마을이 전소되고 나니 고향으로 돌아와 살고 싶은 원주민들은 당시의 분위기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한다. 다른 마을로 뿔뿔이 흩어져 쥐 죽은 듯이 살았다고 하는 그들의 삶을 공감하고자 하니 비통한 심정이었다.

2001년 당시 제주도지사가 세운 “잃어버린 마을 영남동” 표지석에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곳을 파괴한 가해 주체 “토벌대”로 명확히 하고, 영남동에서 벌어진 4·3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안내판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민행동에 우리는 나섰다.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할 틈도 없이 묵인하길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4·3이 제주 공동체에 남긴 후유증이다. 이곳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는 이제 그들의 넋을 기릴 수 있는 시원한 바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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