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말> (사)제주다크투어에서는 4·3유적지를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시민지킴이단을 결성하여 제주4·3 유적지 일부를 선정하였습니다. 또한 사전답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시민이 직접 만든 안내판을 만들고, 웹게시판 및 QR코드 리본을 제작하여 활동한 내용을 알리고자 합니다. 2022년 시민지킴이단에 참여한 고래님의 활동 후기를 소개합니다.
제주살이 일년(2022.1 ~ 2023.1)
2021년 12월 제주도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직은 부족함 많은 실수투성이 제주살이 일 년이다. 그러나 제주를 알기 위해도 무던해 애썼던 일 년이다. 설문대어린이도서관(지금-제주 과거를 만나다), 질토래비, 제주가치, 제주학연구센터 아카이브, 그리고도 (사)제주다크투어 틈틈이 제주를 만났다.
우연히 만난 4·3
4·3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2022년 1월 지인을 만나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 그곳에 4·3을 1인 다큐로 찍기 위해 제주를 찾은 김재훈님을 소개받았다.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다음날도 촬영일정이 있다는 말에 동행키로 했다.
몇 번 4·3에 대해서 듣고, <지슬>이란 영화에서도 봤지만 4·3유적지를 찾겠다는 용기는 부족했는데 뜻하지 않은 일정에 함께 하게 되었다. 그날 너븐숭이 4·3기념관, 북촌초등학교 그리고 목시물굴*을 찾았고 제주시로 돌아오는 차에서 함께한 일행은 말이 없었다. 땅으로 내려앉은 무거운 안개보다 차 안의 공기는 무거웠다. 우리의 마음을 그 무엇이 무겁게 했는지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감정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도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을 그림책 펜그림전(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그림: 김영화)의 전시회도 찾았고, 지금은 고인이 된 고현주 초청전 ‘아름다운 제의’(사진예술공간 큰바다영)로도 우연히 4·3을 만났다.
인연되어 만난 4·3
그리고도 2022년 9월에는 4·3유적지를 탐방하는 여행일정에 합류해 제주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왕초(윤태옥)의 안내에 받아 제주의 4·3유적지를 돌아보기도했다. 그때까지는 부끄럽게도 아직 4·3평화공원**을 찾지 않다가 일행들과 함께 찾았던것도 사실이다.
다랑쉬굴, 터진목, 상산국민학교옛터, 곤을동, 안덕면 4·3위령공원, 섯알오름, 한모살, 4·3평화공원
그 이후 진안신문 기자들과 제주 워크숍 이후 진안으로 돌아가기 전 4·3평화공원을 찾았고, 최근 2023년 1월 4·3 답사를 위해 제주를 찾은 엄마와 학생들의 가이드 맡아보며, 4·3평화공원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제주로 4·3 다큐멘터리 영상을 찍는 일행들과 찾았던 것도 지난주 1월 어느 날이다. 처음이 힘들지 틈틈이 찾았던 4·3평화공원도 인연인 듯 하다.
2022년 8월~12월 4·3유적지 시민지킴이단
제주에서 조금 더 4·3 의미있던 활동은 (사)제주다크투어의 4·3 유적지 시민지킴이단 활동을 함께 한 것이다. 내가 살아갈 제주의 역사와 아픔을 배울 수 있는 기회와 나도 내 손으로 작은 것이라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청을 했다. 아마도 막연하게 4·3에 대해 진실을 조금 더 알 수 있겠다는 욕심이 컸다.
첫 모임자리에서 ‘4·3에 대해 그날의 진실을 배우겠다’는 인사를 했던 기억이 있다. 시민지킴이단 활동을 시작하며 유적지의 안내판의 문구 하나, 그리고 4·3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판을 보며, 아직도 끝내 밝혀지지 못한 진실이 더 이상 묻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4·3으로 대표되는 유적지 중에 안내판이 없거나 표기 오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고, 오래도록 보존되었으면 하는 유적지를 선정했다. 답사 이후 해당 유적지에 QR코드 리본를 설치해서 누구나 4·3유적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시작하였다.
덕분에 관덕정 그리고 제주신보사, 서북청년단원 위치가 칠성로 어느 골목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4·3 그날의 기억과 기록은 남았지만, 그날의 흔적과 공간은 남아있지 않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답사 후 QR코드가 찍힌 리본을 묶기 위해서 한 번 더 4·3 유적지를 찾았다. 12월의 그날은 유난히 제주에 바람 불고 눈이 날리던 날이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제주와 4·3에 대해서
앞으로도 제주에서 살아가며 우연인 듯 인연인 듯 4·3의 기억과 공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제주에 오게 된다면 걸었던 오름에서 바라보던 깊고 푸른 바다에서 불었던 바람에서 내 옆을 지나가던 빽빽한 나무 숲 가운데서 문득문득 아름다운 공간에서 아픈 4·3의 기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는 겁내지 말기를 바란다. 누구나 처음은 그러하듯 낯설고 익숙지 않을 뿐, 조금 더 담담하게 오래전 이 땅에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지금 내가 선 이곳 제주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담담하게 볼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 목시물굴: 1948년 11월 21일 선흘리가 초토화 된 후 마을 주민들이 은신했다 학살된 장소이다. 당시 함덕의 9연대는 11월 25일 선흘곶의 도틀굴에 숨어있던 선흘 주민들을 학살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날에는 목시물굴에서 40여 명의 주민을 학살했다. 그후 9연대는 연행자를 고문해 다른 은신처인 인근 대섭이굴과 벤뱅듸굴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들을 길라잡이로 삼은 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목시물굴은 도툴굴보다 작은 굴이지만 200여명 이상 대부분의 선흘주민들이 은신해 있는 굴이었다.
출처 : 4·3 연구소, <4·3 길을 걷다> , 4·3 평화재단 <제주 4·3 아카이브>
**4·3평화공원: 제주도 민간인학살과 제주도민의 처절한 삶을 기억하고 추념하며,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평화·인권기념공원(https://jeju43peace.or.kr/kor/sub04_01.do),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명림로 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