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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말> (사)제주다크투어에서는 4·3유적지를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시민지킴이단을 결성하여 제주4·3 유적지 일부를 선정하였습니다. 또한 사전답사와 자료 조사를 통해 시민이 직접 만든 안내판을 만들고, 웹게시판 및 QR코드 리본을 제작하여 활동한 내용을 알리고자 합니다. 2022년 시민지킴이단에 참여한 이유정님의 활동 후기를 소개합니다.


제주에 살면서 지나가는 듯한 말들로 쉬쉬하며 했던 대화가...
때론 술을 드시며 역정을 내시며 화를 내며 싸우던 어른들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 내용이 시작은 어딘가 따라가보니 제주 4·3이었다.
4·3평화공원을 찾았고 또 그 길을 따라 1918년 법정사 항일운동, 1919년 조천 만세운동, 1932년 제주 해녀 항일운동은 제주인들의 기개가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


나는 제주 해녀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믿고 따르던 동네 삼촌들께서는 너무나 상반된 말씀을 내게 해주었고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나서지 마라”
이 말에 나는 역설적이게도 용기를 내게 되었다.
그냥 지나쳤더라면, 시대의 위정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시절엔 나도 어쩔 수 없었다”라고 했더라면...
지금의 이런 비극이 있었을까?

나는 제주해녀이자 나도 제주인이다.
전 도가 4·3의 피해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내가 프리다이빙을 즐기던 연산호가 아름다운 문섬으로 알려진 서귀포항 근처의 단추공장 터를 찾아 나섰다.

단추공장 옛터

일제강점기 당시, 소라껍질을 이용하여 단추가 제조되었던 공장은 토벌대에 의해, 4·3시기에는 피검된 주민들이 수용되었던 곳이다. 안덕면, 중문면, 서귀면, 남원면 지역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이곳에 수용되었던 많은 사람이 정방폭포나 소남머리 주변에서 집단 학살되었다. 특히 안덕면 동광리 주민 40여 명은 정방폭포 부근에서 학살된 후 시신을 찾지 못하고 행방불명되었다.

사건당시 현 생존자 '홍춘호 할머니' 증언을 살펴보면,

토벌대가 ‘산에서 내려와서 자수하면 살려 주겠다’ 해서 내려갔지. 덕수 토벌대에게 끌려가서 갇혀 살다가 화순지서로 끌려갔어. 방이 두 개였는데 굴같이 깜깜한 방에는 청년들을 가둬놨어. 어느 날부터 옆방 사람들이 안 보여. 다 죽었나 봐. 어느 날 우리를 작은 배에다 실어. 우리는 ‘바당에 우리를 죽여 버릴 거’라 생각하고 모두 손 잡고 울며 갔지. 죽어도 함께 죽자고. 그런데 서귀포 천지연 폭포 밑에 항구에서 내렸어. 거기가 단추공장이야. 민간인수용소였지. 우리 남제주군 사람들은 다 거기 모여져 있어. 괸당인 사람들은 면회도 가고 하더라고. 그때가 4월 초였는데, 시멘트 바닥에 그냥 누워 자고 보리 찐 밥으로 밥을 줘. 어른들은 한 접, 두 접 먹어버리면 없지. 밥알 하나 떨어지면 옆에 아이가 주워 먹고, 그럼 내 밥 주워 먹었다고 울고불고 난리였지..
- 서귀포 시정뉴스(https://www.seogwipo.go.kr/news/seogwipo-news/people.htm?act=view&seq=130629268)

이 슬픈 역사가 왜곡되고 잊혀짐에 살아 계신 홍춘호 할머니를 찾아 뵙고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가까이서 비극이라 했는데..
지금은 딸자식 다 키우고 행복하다는 홍춘호 할머니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있자니 천사의 얼굴이셨다. 그 힘든일을 겪은 사람이 맞는지 할 정도로..

#4.3 #홍춘호삼촌 #풀 떠올리면 저는 그 얼굴의 미소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단추공장의 주변 풀은 내가 다 뜯어 먹었어, 겨울에는 그 풀마저도 없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봄에는 기다란 풀을 뜯어 먹는데 너무 행복했어"라고 하는데 저는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4·3의 실제입니다.

“제가..
나섰기에..."
그 길을 나섰기에 울고 웃었던 시간이었다.
그 귀한 시간을 함께 해주신 제주다크투어 시민지킴이단 2기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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