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크투어에서 3월 6일부터 매주 토요일 17시 5분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를 통해 제주4·3 유적지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주다크투어에서 맡은 <흔적에서 교훈으로> 코너는 제주에 존재하는 다크투어 유적지가 잘 보전되고 정확하게 안내가 되고 있는지 역사적 사건과 함께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4·3유적지에 대한 내용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와 <4·3은 말한다>에 나오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이고, 현지 유적지 관리실태에 대한 내용은 제주다크투어에서 직접 발행한 <다시 쓰는 제주 100년의 역사> 제주지역 다크투어 유적지 국·영문 안내판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해 전달해드립니다.
많은 청취 부탁드리며, 매주 토요일 17시 5분 라디오 주파수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21년 7월 10일(토)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사)제주다크투어 양성주 대표
Q. 오늘 소개해 주실 유적지는 어디인가요?
A. 이번 주 소개해드릴 유적지 두 곳은 올레18코스에 위치해 있는 곤을동과 별도동입니다.
Q. 곤을동은 4·3 당시 모조리 불타 없어진 잃어버린 마을로 알고 있는데요. 맞나요?
A. 맞습니다. 곤을동은 해안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4·3의 광풍을 피해 가지 못한 대표적인 잃어버린 마을 중 한 곳입니다.
Q. 4·3 당시 잃어버린 마을은 주로 중산간 지대에 많이 있지 않았나요?
A. 해안마을이 잃어버린 마을이 된 경우는 드물긴 합니다. 해안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곤을마을이 왜 잃어버린 마을이 되어야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Q. 네. 4·3의 광풍이 몰아치기 전 곤을마을은 어떤 마을이었나요?
A. 곤을동은 화북1동 서쪽에 속하는 바닷가 마을을 얘기하는데요. 마을이 형성된 지 7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 농사를 주로 했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 어업도 겸하면서 평화롭게 살던 마을이었습니다. 곤을이라는 지명을 살펴보면 항상 물이 고여 있는 땅, 고이다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름만큼 물이 풍부하여 생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Q. 평화로웠던 곤을마을에 4·3 당시 어떤 사건이 발생하게 되나요?
A. 앞선 소개에서 곤을마을이 불에 타 없어진 잃어버린 마을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1949년 1월 4일 마을로 들이닥친 토벌대로부터 학살이 자행되기 시작했고, 곤을마을이 불에 탄 것은 1월 4일, 5일 양일간이었습니다.
Q. 토벌대가 갑자기 마을에 들이닥친 건가요?
A. 토벌대가 갑자기 곤을마을에 들이닥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여러 정황과 증언들을 종합해보면 당시 토벌대가 마을을 들이닥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Q. 어떤 이유였나요?
A. 곤을동 출신 한 어르신의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면, 일주도로에서 경찰차가 지날 때 무장대가 숨어 있다가 차를 뒤집어엎고 토벌대를 죽였다는 겁니다. 거기서 살아남은 군인이, 산사람 중 한 사람이 곤을마을로 뛰어갔고 그래서 산사람하고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 해서 뒷날 곤을마을로 들이닥쳐 불을 태웠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Q. 그러니까, 무장대의 습격에 대한 보복으로 곤을마을을 들이닥쳤다는 거네요?
A. 그렇습니다. 1949년 1월 4일 오후에 토벌대 1개 소대가 곤을마을로 포위하면서 들이닥치게 됩니다. 마을로 들어선 군인들은 곤을마을 이곳저곳을 수색하고 다녔습니다.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던 마을에 토벌대의 기습방문은 주민들을 매우 당황케 했습니다.
Q. 마을을 기습 포위하자마자 바로 불을 지른 건가요?
A. 먼저 마을 사람들을 전부 모이게 하고 젊은 사람들 10여 명을 골라내 곤을마을 해안가로 데려가 총살했습니다. 나머지 마을 주민들은 화북국민학교에 가둔 뒤 곤을동 마을을 불태웠습니다. 당시 곤을마을은 안곤을, 중곤을, 밧곤을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1월 4일에 불탄 곤을동의 집들은 안곤을 22채, 중곤을 17채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Q. 생각보다 마을의 피해가 컸네요. 토벌대의 공격은 1월 5일에도 이어졌다고요?
A. 그렇습니다. 토벌대의 방화와 학살은 1월 5일에도 이어졌습니다. 화북국민학교에 가뒀던 주민들 중 젊은 사람들을 모아 화북 동쪽 바닷가인 ‘모살불’에서 학살했습니다. 주민들을 학살한 뒤 곤을동 마을로 돌아가 남아 있는 집들도 모조리 불태웠습니다. 이날 밧곤을 28세대 모두 불에 타면서 이날 이후로 곤을동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주변 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됩니다.
Q. 이날 토벌대의 공격은 어떠한 증거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은데요?
A. 그렇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토벌대가 무장대에게 습격을 당한 뒤에 곤을마을 방면으로 도망가는 것을 목격하고 곤을마을을 초토화했습니다. 주민들이 무장대와 협력했다는 심증 하나로 폭도마을이라 하여 마을을 불태우고 무차별 학살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 마을이 지형상 화북에서 떨어져 있는 데다가 무장대가 은신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이유로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지요. 더욱이 마을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가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당시 곤을마을에 살았던 마을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토벌대는 전혀 죄 없는 사람들을 다 죽였다고 합니다. 집, 가축 할 것 없이 모조리 불태워버렸습니다. 당시 곤을마을은 하늘이 시뻘겋게 될 정도로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Q. 해안가 마을의 피해는 드문 경우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곤을동의 경우 전소된 후 복원되지 않았군요?
A. 네. 북촌리의 경우 마을이 전소되었다가 마을 주민들에 의해 복원되었지만, 곤을마을 주민들은 밧곤흘 근처 화북리에 옮겨 살게 되면서 곤을동은 복구되지 못했습니다.
Q. 그럼 현재 곤을동 터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나요?
A. 현재는 가구의 경계를 이루고 있던 돌담과 마을안길 정도만 남아있습니다. 안곤을 마을터는 당시 불타버린 집터의 돌담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집으로 들어가는 올래와 주인을 잃은 연자방아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Q. 현재 곤을동 터에 유적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나요?
A. 곤을동의 경우 대표적인 잃어버린 마을 터로 비교적 안내판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총 4개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요. 안내판 대부분은 곤을동 마을로 들어가기 전 입구에 세워져 있습니다.
Q. 제주다크투어에서 안내판 조사 당시 지적한 사항은 없었나요?
A. 마을 바깥쪽에 2003년에 세운 비석이 하나 있는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군 작전으로 선량한 양민들이 희생”되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표현은 마치 토벌대의 무차별 강경진압작전이 일반적인 군 작전 중 발생한 ‘부수적인’ 민간인 피해인 것처럼 표현을 했습니다. 내용을 정확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영어 안내문의 경우 약간의 비문이 있어 이 부분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그렇군요. 또 다른 문제점은 없었나요?
A. 이동약자의 접근이 가능한 안내판에는 이곳이 4·3유적지임을 나타낼 뿐 곤을동에 대한 설명은 따로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하천을 건너가야 하는데 이동약자가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동약자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곤을동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 곤을동에 대한 설명과 전경이 있는 사진을 담은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매번 말씀드리는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음성변환용코드나 점자 안내판을 설치해야할 것입니다.
Q. 다음으로 소개해주실 유적지는 어디인가요?
A. 두 번째로 소개해 드릴 유적지는 곤을동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별도봉 일제 동굴진지입니다.
Q. 일제강점기 유적에 대한 소개인가요?
A. 이 군사 갱도가 만들어진 시기는 일제강점기 말 태평양전쟁 시기입니다. 그러나 4·3 당시에 이곳에서도 학살이 이뤄진 역사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4·3의 역사가 공존하고 있는 유적지입니다.
Q.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A. 이 동굴진지는 일제강점기 말기 태평양전쟁 시기에 구축되었습니다. 별도봉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산책로를 따라서 많은 수의 동굴진지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동굴진지의 개수는 21개입니다.
Q.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나요?
A. 제주도와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이 지난 2011년 5월에 펴낸 ‘제주도 일제 군사시설 전수 실태조사’ 보고서라는 자료를 살펴보면, 별도봉 동굴진지는 전진거점진지로 활용한 목적으로 구축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자 저장을 위한 용도로 구축되었다는 인근 주민들의 증언도 있다고 합니다. 이 시설은 일본군 제96사단이 이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96사단은 주로 제주도 북부와 중심부에서 주둔하며 작전을 펼쳤던 부대입니다.
Q. 4·3 당시에 이 동굴진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거죠?
A. 네, 군인이 군인을 학살하는 ‘숙군작업’이 이뤄졌습니다.
Q. ‘숙군작업’이요?
A. 그렇습니다. ‘숙군’은 군 내부에 있는 좌익 동조자를 축출하기 위해 혐의자 혹은 그런 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숙청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4·3 당시 본격적인 학살의 광풍이 몰아치기 바로 직전인 1948년 10월 말부터 11월 초순 사이에 9연대 군인 백 명가량이 ‘숙군’이라는 미명 하에 불법적인 학살로 희생됩니다. 주로 제주 출신 병사들이 숙청의 대상이었습니다.
Q. 숙군이 이뤄진 계기가 있었을 거 같은데요.
A. 제주민일보 취재반이 기록한 ‘4·3은 말한다’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당시 9연대장이었던 송요찬 소령이 우연히 군 내부의 정보가 밖으로 누출되는 현장을 적발하면서 숙군이 개시됐습니다. 1948년 10월 28일 밤, 송요찬 연대장이 전화를 걸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는데 전화선 합선으로 다른 사람의 통화 내용이 들렸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그 내용이 자신의 부대 소속 부하가 군 내부 정보를 외부로 누설하는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송 연대장은 이를 계기로 부대 내에서 숙군을 전개합니다.
Q. 숙군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됐죠?
A. 송요찬 연대장은 군 정보가 누설되는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즉시 관련 사병 17명을 체포했고 이튿날인 10월 29일 6명을 처형합니다. 이어 광범위한 색출을 통해 80여 명을 검거합니다. 검거된 사람들은 사라봉에 있는 일제 동굴진지에서 총살되는 등 처형됩니다. 그러나 이 숙군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Q. 어떤 문제점들이었죠?
A. 우선 구체적인 혐의점이 없어도 조금이라도 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숙군의 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면 죽어야 했던 것이죠. 더구나 형식적인 재판절차조차 없이 처형이 진행되다 보니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특히, 숙군을 시행한 9연대도 이런 숙군이 비정상적인 행위라는 것을 인지했는지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공을 들입니다. 처형된 사람들의 군적(軍籍)을 삭제하는가 하면 그 유가족들에게도 처형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시신은 불에 태우거나 물에 빠트려 시신을 찾을 수 없도록 합니다. 또 처형 전에 희생자들의 신원을 식별할 수 없도록 군복을 벗기고 낡은 일본군 군복을 입혔다고 합니다. 일종의 군사 작전처럼 치밀하게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Q. 숙군으로 희생된 군인들의 시신은 한 구도 찾지 못한 건가요?
A. 별도봉 일제 동굴진지에서 숙군으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7년 2월과 3월에 진행된 제주4·3연구소와 제주대학교의 유해발굴을 통해 총 8구의 시신을 찾았습니다. 5구는 동굴 안쪽에서, 3구는 동굴 바깥쪽에서 발굴되었습니다. 발굴된 유해 중 한 구의 유해가 DNA 감식을 통해 신원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9연대 군인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Q. 숙군이 이후 이어지는 초토화 작전에도 군 내부의 이런 숙청이 영향을 미쳤을 거 같은데요.
A. 군 내부의 무분별한 숙청으로 부대는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자칫 잘못되면 목숨이 날아가는 상황에서 군 내부의 상명하복 분위기가 강화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겠죠. 상부의 명령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순간 숙군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따랐을 테니까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11월 중순께부터 전개된 초토화작전은 내부적 아무런 저항 없이 전개됩니다.
Q. 4·3 발발초기에는 군인들은 무장대와 경찰의 전투에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A. 네, 그렇습니다. 4·3 초기 군은 무장봉기에 대해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봉기 자체를 치안 문제로 간주해 경찰이 나서야 하는 문제로 본 것이죠. 무장대(인민유격대)에서도 전략적으로 군을 자극하지 않고 경찰에 한해 작전을 펼칩니다.
Q. 그렇다면 군은 언제부터 토벌작전에 참여한 것인가요?
A. 미군 자료를 살펴보면, 군이 최초로 토벌작전에 참여한 시점은 1948년 4월 20일경으로 추정됩니다. 1948년 4월 28일자 미 6사단 일일보고서에 따르면 “48년 4월 22~23일 밤중에 경찰과 경비대(군)는 합동작전으로 최근의 소요에 참여한 혐의가 있는 60명의 좌익을 체포했고, 경비대는 그 마을의 일정한 지역을 방어하는 것으로 지원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경비대가 군을 의미하는데요. 이 내용으로 보아 이때까지는 군이 초토화작전에서 보여줬던 무차별적인 학살자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까지는 경찰이 무장대와 대치하고 경비대는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겠습니다.
Q.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4·3 당시 제주에 주둔했던 군부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제주에 주둔했던 부대가 여러 번 바뀐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관해 설명을 좀 해주시겠어요.
A. 네, 조금 복잡할 수도 있는데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9연대는 제주도가 행정구역상 전라남도에서 분리돼 섬 도(島)자를 쓰면 제주도에서 현재의 길 도(道)자를 쓰는 도제가 1946년 8월 1일부터 전격 시행되면서 이에 맞춰 창설됩니다. 무리하게 전라도에서 분리해서 도로 승격한 것은 우익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라 하겠습니다. 당시 미군정은 각 도별로 1개 연대씩을 창설한다는 ‘뱀부 계획(Bamboo plan)’을 전개했습니다. 지역에서 군인을 모집하여 충당하게 하였고 9연대는 이 계획의 일환으로 같은 해 11월 16일 모슬포에서 창설되었습니다. 초대 연대장은 장창국 부위였습니다. 이후 이듬해인 1947년 5월 21일에 이치업 소령이 후임 연대장으로 임명됐고, 1948년 2월 1일에는 4·28 평화협상에서 무장대(인민유격대) 사령관 김달삼과 평화협상을 벌였던 김익렬 소령이 연대장직을 맡게 됩니다.
Q.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A. 1948년 5월 6일 김익렬 연대장이 전격 해임되고 박진경 연대장으로 교체됩니다. 김익렬 연대장이 진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문책성 인사였습니다. 새로 부임한 박진경 연대장은 ‘폭도를 잡을 수 있다면 제주도민 30만을 희생해도 좋다’는 식의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다고 할 정도로 강경한 작전노선을 고집하는 지휘관이었습니다.
Q. 김익렬 연대장과 다르게 박진경연대장은 강경진압을 전개했군요?
A. 강경진압이 9연대 병사들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1948년 5월 20일에는 일부 9연대 군인들이 탈영하여 산에 올라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9연대는 미군정에 미운털이 박히게 되고 결국 잔여 병력은 11연대로 흡수시킵니다. 박진경 연대장은 강경진압으로 많은 사람들을 무차별로 잡아들였고 미군정을 이런 공적을 인정한다고 한 달만에 승진시켜줍니다. 그러나 박진경 연대장은 부임 한 달여가 지난 1948년 6월 18일 승진 축하연에서 부하들에게 암살당합니다. 이후 7월 15일에 9연대가 재편됐고 11연대는 철수하게 됩니다. 11연대 부연대장으로 복무하던 송요찬 소령이 9연대장을 맡게 됩니다. 이후 9연대는 11월 중순경부터 전개된 초토화작전을 주도적으로 자행했습니다. 12월 말에 대전에 있던 2연대와 교체됩니다. 이어 제주에 온 2연대 역시 참혹한 학살을 이어갔습니다.
Q. 이 유적지에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나요?
A. 별도봉 일제 동굴진지에도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4·3과 관련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안내판 내용이 일제 시기 군사시설이었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입니다. 4·3 당시 9연대에서 일어난 숙군 작업은 군이 학살의 주범으로 변모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숙군으로 인한 학살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관심의 사각에 있는 만큼 최소한 안내판이라도 잘 정비해서 시민들이 이러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저시력자 등을 위한 점자 안내나 음성변환용 코드를 설치하고 유적지 관리 주체와 연락처를 명시해 지속적으로 유적지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방송을 듣지 못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정규 방송 시간 이후 부터 다시 듣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