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적지 라디오] 관음사와 박성내의 4·3

[4·3유적지 라디오] 6월 첫째 주_관음사와 박성내의 4·3

[4·3유적지 라디오] 6월 둘째 주_무등이왓과 큰넓궤의 4·3

[4·3유적지 라디오] 6월 셋째 주_ 정방폭포의 눈물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21년 6월 5일(토)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사)제주다크투어 양성주 대표

Q. 오늘 소개해 주실 유적지는 어디인가요?

A. 4·3당시 종교계의 피해도 있었는데요. 특히 불교 쪽의 피해가 컸습니다. 아무래도 절이 산간에 있는 곳이 많다 보니 그럴 수도 있고, 일찍이 사회참여를 많이 하신 승려분들의 영향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기독교 방송에 와서 불교 쪽 얘기를 하려니 어색하지만, 관심 있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대부분의 절은 산간에 위치하고 있잖아요. 무장대 근거지로 활용되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A. 그렇습니다. 무장대의 근거지로 활용되기도 했고, 토벌대의 주둔지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절이 오늘 소개해 드릴 유적지 중 한 곳인데요.

Q. 어디인가요?

A. 중산간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관음사’ 입니다. 바로 이 관음사에서 무장대와 토벌대의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고, 후에 관음사는 토벌대에 의해 건물과 시설이 전소되었습니다. 지금이야 교통편이 좋아져서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한라산 중턱이라고 할 정도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던 곳입니다.

Q. 그렇다면 현재 관음사는 전의 모습이 전혀 남아 있지 않고 복원된 모습인 건가요?

A. 네. 4·3 당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 폐허가 되었던 역사의 현장인 관음사는 1968년에 복원되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절은 새롭게 단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Q. 관음사는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오시는 분들도 많이 찾는 곳이잖아요.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관음사를 검색하면 제주도 가볼 만한 곳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뜨기도 하고요.

A. 그렇습니다. 관음사는 한라산 중턱에 있어 넓고 높게 뻗은 산줄기가 장관을 이루고 있죠. 그래서인지 관음사 일대는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기도 하고, 또 한라산 등산 기점이라 많은 등산객들이 찾기도 하죠.

현재의 관음사는 1900년대 초 비구니 안봉려관이 승려 영봉과 도월거사의 도움으로 창건했다고 합니다. 사실 절의 역사로 보면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관음사는 제주 근대불교의 발상지로 일컬어집니다.

Q. 역사 깊은 관음사에 4·3 당시 어떤 사건이 벌어졌나요?

A. 4·3 당시를 설명하기 전에, 제주불교가 제주4·3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먼저 짚고 넘어가면 좋을 듯합니다.

앞 시간에 민주주의민족전선에 대해 잠깐 설명해 드린 적이 있는데요. 제주도민주주의민족전선은 3·1기념대회 행사 준비를 주도했었는데요. 승려 이일선은 민전설립과 3·1기념대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합니다. 또 승려 이세진은 무장대(인민유격대) 지도부로 활동했다고 합니다.

Q. 제주불교 또한 제주사회의 현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할 수 있는 거네요. 그렇다면 4·3 당시 제주불교 또한 피해가 컸을 것 같은데요?

A. 그렇습니다. 제주 사회 현안에 깊숙이 참여했기 때문에 4·3으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4·3 당시 제주불교는 종교 활동 자체가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사찰 건물 등이 전소되고 훼손되기도 했으며, 승려들 또한 희생되었습니다.

제주4·3으로 피해를 입은 불교 사찰은 39개소(전소된 사찰은 37개소), 승려는 16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려가 유족이 없는 경우가 있어 희생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Q. 제주불교의 피해 또한 만만치 않았네요.

A. 그렇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제주불교의 피해 시기는 초토화작전이 자행되던 1948년 10월 말부터 1949년 3월까지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가해자는 모두 군과 경찰, 서북청년단으로 구성된 토벌대에 의해 자행되었습니다.

Q. 그렇군요. 4·3 당시 관음사에서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A. 4·3 발발 이후 관음사 일대 아미봉은 무장대(인민유격대)의 은신처였습니다. 관음사 일대는 전투사기가 높을 때는 토벌대가 접근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Q. 관음사에 은신하던 무장대(인민유격대)의 세력이 그만큼 막강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건가요?

A. 관음사는 무장대 도당 사령부의 거점으로 활용되었고, 관음사의 이세진 스님이 무장대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관음사는 무장대의 주둔지가 되었습니다. 관음사 일대에서 무장대와 스님들이 함께 거주했다고 하는데요. 종교 공간, 무장대의 영역으로 나누어 생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져 옵니다.

Q. 관음사가 지대가 상당히 높잖아요. 4·3 당시 관음사로 많이들 피신했을 것 같은데요?

A. 그렇습니다. 당시 아라리 등 인근 주민들의 피난 입산이 많았고, 이들 중에도 토벌대에 희생되는 이가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관음사는 무장대의 근거지로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무장대의 입장에서는 제주읍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고, 관음사가 있었기 때문에 식량 확보도 용이했다고 합니다.

Q. 무장대(인민유격대)와 토벌대 간의 전투가 벌어진 시기는 언제인가요?

A. 1949년 1월 초, 토벌대는 한라산 공습을 실시했는데요. 이때부터 관음사 일대는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격전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일명 ‘관음사 전투’로 불리는 이 전투는 미군이 비행기로 집중 포격을 가하는 등 총공격이었습니다.

Q. 관음사 전투로 무장대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을 것 같은데요?

A. 그렇습니다. 무장대는 관음사 전투에서 막대한 타격을 입고 세력이 급격히 약화됐습니다. 이후 관음사를 접수한 토벌대는 관음사 전각에 불을 질렀고, 대웅전을 비롯한 7-8채의 모든 전각에 불을 질러 건물의 탱화, 불상 모두 소실되었습니다. 방화 당시 관음사에서 묵언수행 중이던 오이화 주지스님도 희생당했다고 합니다.

Q. 관음사 전투가 있은 뒤, 무장대의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토벌대가 관음사에 주둔하게 된 거군요?

A. 그렇습니다. 이후 토벌대 제2연대 제2대대가 관음사에 주둔했고, 관음사는 더 이상 사찰로서 기능할 수 없었습니다. 관음사의 소속 사찰인 소림사도 일대 마을과 함께 불 질러져 한라산 내에서의 불교활동이 모두 중단되었던 겁니다.

Q. 당시 현장을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나요?

A. 관음사에서 15분-20분 정도 아미봉 일대 쪽으로 우거진 숲을 헤집고 들어가면 돌이 상당히 많은데요. 4·3 당시 이 돌을 이용해 만든 참호나 숙영지가 남아있었습니다. 돌을 쌓아 칸을 나눈 듯한 형태로 남아있었는데요. 무장대의 경우, 자주 이동해야 하는 탓에 간단하게 지어 생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참호나, 숙영지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참호나 숙영지는 초기에 무장대가 만들어 쓰다가 한라산 공습 이후 무장대가 퇴각한 후에는 토벌대가 사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Q. 현재 관음사에는 4·3 당시를 알 수 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나요?

A. 관음사 입구 및 곳곳에 유적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기는 한데요. 아쉬웠던 점은, 관음사 입구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아주 간단히 설명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4·3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관음사는 무장대와 토벌대가 주둔하였던 주요 유적지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안내판마다 훼손 정도가 전부 달랐습니다. 훼손이 덜 된 안내판도 있었고 비교적 훼손이 심한 안내판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세운 시기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 설명에는 없는 내용이 외국어 설명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고, 비문이나 오탈자가 많았습니다. 관음사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주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안내판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음성변환용코드와 점자 안내판 설치하고 이동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Q. 관음사를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실 많은 분들이 관음사가 4·3유적지라는 걸 모르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당시 치열한 전투로 관음사가 전소되었고, 현재 복원된 관음사 일대에는 참호와 숙영지 등 4·3 당시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유적지들이 보전되지 않고 방치된다면 4·3의 역사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겠죠. 역사는 현장을 보존하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고, 어쩌면 없던 역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계적인 틀 안에서 관리 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허운 주지스님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련기관과 유적지 관리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매년 4월에는 관음사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Q. 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유적지는 어딘가요?

A. 박성내라고 하는 곳인데요. 제주여고 사거리에서 아라동 방면으로 있는 건천을 얘기합니다. 여기도 4·3의 아픔이 깃들어 있습니다.

Q. 지금은 시내 도심권으로 변해 버린 곳인데 여기도 학살터였던 건가요?

A. 여기가 지금은 대로변이고 아라동은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도심권으로 변해버렸지만, 4·3 당시에는 외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박성내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있나요?

A. 박성내에서의 희생 중 대표적인 사건이 자수사건입니다.

Q. 어떤 내용인가요?

A. 무리하게 실적을 올리기 위해 함정토벌이라든가 자수를 하게 해서 학살을 저지른 경우가 있었는데요. 토벌대가 조천지역 일대에서 마을을 방화하고 초토화 시켰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이 숨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자 산에 조금이라도 협력한 사람들에게 자수하라고 합니다. 명단이 있다고 하면서요. 자수하면 양민증을 받고 자유로울 것이고, 그렇지 않고 나중에 발각되면 처형을 면치 못할 것이라 했다고 합니다.

Q. 주민들은 토벌대의 말을 믿고 자수를 했던 건가요?

A. 네. 조천면 일대에서 200여 명이 자수했다고 합니다. 약간의 돈을 주거나, 음식을 제공한 사람들이 죄를 면해 준다는 말을 믿고 자수를 했던 것입니다.

사실 명단이 있다고 했던 것이 거짓이라고 판단되는데요. 아마 명단이 있었다면 바로 잡아들였겠죠. 겁이 난 주민들은 자수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조천지역은 4·3초기에 무장대의 세력이 강했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하라거나, 음식을 제공하라는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는데요. 이에 협조했던 사람들이 불안감과 공포에 떨며 자수를 한 것입니다. 자수한 사람들은 9연대 군인들에 의해 농업학교로 잡혀가면서도 죽으러 가는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당시 청년들은 차에서 손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면서 갔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Q. 잡혀간 청년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A. 함덕주둔지로 찾아가 자수한 조천지역 200여 명은 함덕국민학교에 수용됩니다. 보름 정도 지나자 토벌을 간다고 트럭에 타라고 했다고 합니다. 토벌을 다녀오면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했고, 트럭에 올라탄 150여 명이 제주시 방면으로 향했는데 이것이 생사의 갈림길이 됩니다.

Q. 토벌 간다고 수용자들을 속이고 학살을 자행한 건가요?

A. 트럭에 실려 제주농업학교로 갔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갑자기 사람들을 10명씩 굴비 엮듯이 철사줄로 결박을 하고 차에 실었다고 합니다. 진상보고서에 김태준의 증언을 통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데요. 철사줄로 묶여 박성내에 도착하자 현장 지휘관은 “곱게 죽어주면 가족에게 알려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냇가 바위 끝까지 데리고 가서 총살하고 밑으로 떨어뜨렸다고 합니다. 김태준은 왼쪽 어깨와 오른쪽 팔에 부상을 입었지만 다음 사람들이 끌려오는 3~4분 사이에 철사를 끊고 바위틈에 숨어서 살아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Q. 총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서 현장의 상황을 기록으로 남게 해주신 거네요.

A.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분이라고 하는데요. 총상을 당한 사람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확인 사살을 했고, 시신에 휘발유를 끼얹어 태웠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던 것도 결국 거짓이었습니다. 김태준은 새벽까지 숨어 있다가 너덜거리는 팔을 치료도 못 하고 눈이 가득 쌓인 길을 맨발로 이동해서 5일 만에 고향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Q. 당시 학살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비참해서 뭐라 말을 잇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A. 현장에서 학살된 분들뿐만 아니라, 진상조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유가족들의 비참한 삶 또한 가슴이 아픈데요. 진상조사보고서에 나와 있는 김태규의 증언을 보면, 사촌형이 함덕국민학교에 있다가 박성내에서 학살이 되었는데 그분의 어머니는 아들이 처형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정신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담을 막 뛰어넘고 물에 빠지려 하는 등의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1년 정도 후에 쇼크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Q. 자수하면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해서 스스로 자수했지만 처형되었고 시신은 다 불태워서 찾을 수도 없었다면 어머니가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네요.

A. 맞습니다. 군인들이 청년들을 거짓으로 회유해서 학살한 사건은 두고두고 군인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고 이에 대한 추가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박성내에는 유적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나요?

A. 안내판은 제주여자고등학교 사거리에서 아라중학교 방향으로 들어서는 하천에 있는 ‘박석교’라는 다리 위에 설치되어있습니다.

Q. 박성내에서 있었던 자수사건에 대한 설명이 있나요?

A. 조천면 일대에서 자수해 잡혀 온 사람들이 처형된 장소라는 것을 간략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성내에는 당시 흔적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안내판 하나 세워져 있지 않았다면 아무도 이곳이 이런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 수 없을 겁니다.

Q. 안내판 관리 상태는 양호한가요?

A.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다만 너무 간단히 설명해서 사건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영문 번역에는 철자의 오류가 있어서 수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든 안내판을 설명할 때 말씀드리고 있지만, QR코드를 이용한 안내나,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점자표시 또는 음성변환용코드 설치 등은 검토해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방송을 듣지 못하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정규 방송 시간 이후 부터 다시 듣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다시 듣기:http://jeju.local.cbs.co.kr/aod/aod_popup.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