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는 4・3관련 군사재판 수형인 30명에 대한 56차 직권재심 재판이 열려 피고인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오후 2시에는 같은 법정에서 일반재판 수형인 20명에 대한 17차 직권재심 재판이 열려 역시 모두 무죄를 선고를 받았다.
군사재판 수형인 30인에 대한 김성훈 변호인은 최종변론을 통해 재판에 참석한 유족들의 희생자에 대한 구체적인 공소사실을 밝혔고, 이어서 이들이 억울한 사정과 70여년 전의 재판이 얼마나 불법적이었는지 언급하였다.
이들은(피고인이자 4·3희생자)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적법한 절차도 보장받지 못한 상태에서 군경 등에 연행되어 불법으로 구금되었다. 또한 전국의 형무소로 보내져 형을 살다가 한국전쟁 무렵 형무소에서 총살당하거나 행방불명되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였다.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피고인들도 전과자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녔으며, 희생자 및 가족까지도 연좌제로 인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어렵게 살 수밖에 없었다. (중략) 유족들은 이번 재심을 통해 피고인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그 한이 조금이나마 풀기리를 간곡히 기대하고 있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되고 시행된 제헌헌법 제9조에서는 누구든지 체포·구금을 받은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가질 권리와 그 당부의 심사를 법원에 청구할 권리가 보장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은 제헌헌법 시행 이후였음에도 피고인들은 누구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 하였을 뿐만 아니라 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당한 채 억울한 재판을 받았다.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가 제기된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검사에게 입증 책임이 있으나 이를 입증할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재심 담당 검사도 피고인들이 공소사실과 같은 죄를 저질렀다고 볼 증거가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 제기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해주길 바란다.- 제주다크투어 재판 방청 중 수기 기록
이날 법정을 찾은 유족들은 판사의 진술기회를 통해 안타까운 사연과 무죄선고를 앞둔 심정을 밝혔다.
고인이 된 희생자 고기숙은 4·3 당시 18세로 동광리에서 목공업에 종사했다. 그는 1948년 12월 토벌대 연행되었고, 내란죄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아 인천형무소에 수감되었다. 형을 마친 그는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살다가 1989년 사망하였다. 그의 자녀 고00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지금까지 아무 힘도 못 쓰고 고생만 한다고 들어가셨다. 판사님께서 무죄를 선고해달라. 이 한을 무죄로 풀어달라.”라고 진술하였다.
희생자 강길수는 4·3 당시 18세로 대흘리에 본가를 두고 외가가 있는 제주읍 내에 거주하며, 제주농업학교에 다녔다. 1949년 토벌대에 연행되어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인천형무소에 수감되었다. 형무소가 6·25전쟁으로 옥문이 열리자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다시 자수하여 형무소에서 잔여 형을 복역하다 출소했다. 그는 이후 서울에 거주하다가 2005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자녀 강00은 법정에서 “검사님의 최후의견과 변호사의 최후변론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버님께서는 4·3에 관한 얘기를 한 번도 해주신 적이 없었다. 친척들을 통해 들은 잠깐의 얘기를 통해서만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정도만 알고 있었다. 내가 철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아버지는 술로 나날을 보냈다.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힘들었다. 그 원인을 우리는 몰랐다. 이런 엄청난 아픔이 있었는지 몰랐다.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의 영정 앞에 오늘 좋은 결과를 전하고 싶다.”라는 심정을 전했다.
희생자 윤동혁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 징용으로 3년간 북해도에 살다 해방이 되자 귀국하여 제주도 이도리에서 농사를 하며 살았다. 그런데 1948년 가을 토벌대에 연행되어 내란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1949년에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육군으로 입대하여 전투 중 복부총상으로 1951년 의가사제대하였고, 1985년 돌아가실 때까지 고향에 살았다.
희생자 본인은 한국전쟁이 나라를 지키다 부상을 당해 특별상이기장을 받았음에도 내란죄 전과로 인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한 상태로 살다가 사망하였다. 배우자와 아들이 보훈심사위원회에 지속해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였고, 결국 2013년 제주도 행정심판을 거쳐 2014년 2월 14일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결국 유공자 본인의 생전에는 내란죄 이력으로 유공자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사후에 가족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사후에 어렵게 그 공로를 인정받아 유족들이 한 많은 세월을 살아야 했다.
부친의 억울한 국가유공자 인정과정을 겪어왔던 그의 아들 윤00은 이날 법정에 장문의 글과 그림을 준비하여 판사와 기자들에게 전달하며 그 아픈 사연을 전하였다. 재판이 끝난 후 제주다크투어 활동가에게도 직접 찾아와 꼭 글로 다뤄달라는 부탁까지 하였다.
망자의 아들 윤00은 준비해온 글을 읽기 시작하였으나 이내 차오르는 눈물로 변호인이 대신 읽어야 했다. 그 글의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마을 사람들이 옹기를 만들고, 궤를 짜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일개 소대 군인들이 (마을로) 들어왔고, 군인의 개가 친구 아버지를 물고, 돼지우리에 들어가서 돼지를 물어서 죽였습니다. 이후 군인들은 동네 사람들을 보리밭에 모아놓고 친구 아버지를 총살하고, 큰아버지, 아버지, 작은아버지, 어머니, 동생들과 동네 사람들을 다 잡아갔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은 금방 돌아왔지만, 다른 가족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부친은 1948년 제주 4·3사건 때 영문도 모르는 내란죄 범죄자로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와 함께 목포형무소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며 10개월 만에 고향으로 겨우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부친의 작은아버지 가족 9명은 총에 맞아 몰살당하고, 부친의 형과 동생은 행방불명되어 현재까지도 유골을 못 찾고 있습니다. (중략) 부친은 국가유공자 및 상이용사 자격으로 공무원들도 찾아오고 정부로부터 쌀, 밀가루 등 생필품을 지원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4·3사건 당시의 영문도 모르게 끌려갔던 내란죄 범죄자라는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국가유공자로서 지원받던 모든 것이 중단되고 우리 가족 모두가 생계곤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부친의) 총상으로 인한 병상 생활과 생활고로 인해 큰아들인 제가 어린 나이에 한라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숯을 구워 팔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저와 동생들은 제대로 공부도 못하고 벌이를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 때문에 일본으로 밀항을 시도하였다가 붙잡혀 부산으로 돌아와서 야산으로 끌려가고, 아버지의 내란죄 이력 때문에 집단 폭행과 제주시청에 지원했던 일자리에서 연좌제로 떨어지는 등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유족 윤00님 제공한 증언글 일부 발췌
이날 아버지의 억울함을 전하려는 윤씨 또한 월남전에 참전하고 지금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 속에 살아오고 있다. 그는 자신이 ‘부친의 기구한 운명을 대물림받아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희생자 김희익은 4·3 당시 30세로 이도리에서 농업에 종사하였다. 1948년 겨울 토벌대에 연행되어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마포형무소 수감되었다가 한국전쟁 중에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와 1981년 사망하였다. 그의 자녀 김00은 “오늘 희생자 중에 내가 제일 부모님과 같이 오래 산 것 같다. 나도 ROTC(학군사관)을 (지원)했었는데, 임관을 앞두고 탈락이 되면서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는데, 그래도 아는 게 많지 않았다. 그냥 공무원 같은 직업은 할 수 없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머니와 살면서 저는 어머니한테 얘기를 못 들었지만, 집사람이 4·3에 대해 들었더라. 그래도 이렇게 아버님은 서울 형무소에 계셨기 때문에 살아남고, 전쟁인 끝나고 다시 복역하다가 가족들이 돈을 모아 도움을 줘서 형무소에서 빠져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동생이 태어났다.”라고 희생자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희생자 이완배는 4·3 당시 24세로 농업에 종사하던 중 1948년 겨울 토벌대 연행되었다. 이후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7년 형을 선고받고 목포형무소로 보내졌으나 이후 행방불명되었다. 법정에는 그의 자녀 이00이 참석하여 진술하였다.
나는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전혀 기억도 없다. 어머니한테 들은 얘기로는 해방 전에 (아버지는) 일본에서 와세다 대의 수강생이었고, 조부모님을 포함한 가족이 다 일본에서 생활하다가 해방되어 (제주도에) 들어왔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형무소에 끌려갔어도 빼내 오기 위해 어머니가 집 안에 있는 폐물을 팔아서 형무소 아는 사람에게 가져다줬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아버지가 목포형무소로 갔다고 하더라. 이것 외에는 나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버지가 토벌대에 연행된 것 등 이제야 처음 알았다. 어머니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금방 재혼했고, 나는 외가를 전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신촌 외조부모님 댁에서 같이 살다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니 우리가 거기서 살 수 없었다. 4·3 때 희생된 외삼촌 자녀들도 나와 함께 지냈는데, 게네들은 외가로 가고, 나는 함덕 작은고모 댁으로 갔다. 그냥 가족들 민폐 끼치며 여태껏 산 것이다. 그 후에는 결혼은 했어도 불행한 일만 닥치고 좋은 일 없이 살았다. 지금은 여든이 다된 나이에 요양보호사로 산다. 어릴 때 너무 못 배웠기 때문에 지금도 한이 되어 지금 성인 야간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나한테도 이런 불행이 왔다. 부모 두 분이 혼인신고도 안 했고, 나를 낳고도 출생신고도 안 해 호적도 없이 스무 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살았다. 서울에 살면서 식모살이, 공장살이 이것저것 했는데, 스무 살에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제주도에 갔는데, 아버지 호적에 내가 없더라. 제주도 이모부가 동거인으로 해서 출생신고를 해줬다. 재혼한 어머니가 있는 집안으로 성을 따르라고 했으나 나는 그게 싫었다. 내 성을 가져야지, 남의 집 성을 가질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살았다. 지금부터라도 아버지의 명예 회복도 되고, 나라도 아버지 호적에 올라 아버지의 명예 회복 되기를 바란다.- 진술하는 이00의 증언 수기 작성
희생자 김태경은 당시 49세로 삼도리에 농업 종사하였다. 1948년 겨울 토벌대에 연행되었고, 군법회의에서 내란죄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아 목포형무소에서 복역했다. 1949년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1966년에 사망하였다. 그의 자녀 김00의 증언은 아래와 같다.
아버지는 정말 마음도 넓고, 돈도 많고, 자식도 많이 낳고, 진짜 좋은 일을 많이 하셨다. 고향이 남읍인데, 남읍에는 물이 없어서 애월까지 물을 길어 먹었다. 그래서 마을에 큰 우물을 파는데 드는 그 돈도 아버지가 다 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토벌대가 아버지를 연행해갔다. 누님과 형님네가 한국전쟁 전에 모두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 누님이 당시 15세에 방학으로 서울에서 내려왔는데, 그 누님이 공산당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누님을 먼저 잡아간 다음에 이틀 있다가 아버지를 잡아갔다. 15살의 딸이 무슨 공산당이겠는가. 아버지는 목포형무소에서 1년 간 지내면서 교도관이 총칼로 다리를 찔러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되어 평생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살았다. 목포형무소에 다녀온 후에는 그 트라우마로 정신이 온전치 못했다. 그 많은 재산을 다 탕진해야 해서 자식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다. 그래도 나는 살아보려고 월남전 참전해서 지금은 국가유공자로 살고 있지만. 15살의 내 누님을 공산당을 몰아간 국가를 이해할 수 없다. 군대 갔다 와서도 보안대에서 몇 달에 한 번씩 조사를 나와 누님한테 온 연락이 왔는지 확인했다. 형님도 한국전쟁 때 군인으로 참전하였다가 총을 많이 맞아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일본으로 호송이 되어 치료받고 돌아왔다고 한다. 우리 집안이 아버지가 4·3때 끌려 나간 이후로 풍비박산이 났다. 누님도 그때 끌려가 행방불명되어 지금은 4·3 행방불명 희생자가 되어있다. 형님은 군대를 다녀 온후에 나에게 4·3에 대해 입도 벙끗하지 말라고 하더라. 자녀들이 나중에 살아가는 데 지장을 받을 수 있으니 4·3은 잊고 살자해서 희생자로 신고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아버지를 희생자 신고했다. 나도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관청에 시험을 봐서 합격하여 2, 3일 근무하니까 갑자기 집에 가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4·3에 걸렸다고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까지 좋은 직업도 갖지 못하고 막노동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 국가의 공권력으로 아버지가 잡혀간 이후에 지금까지 우리 집안이 전부 고생하면서 살아온 것이 너무 한이 맺힌다. 오늘 재판으로 아버지가 무죄 판결을 받아 판결문을 가지고 아버지 무덤에 가서 술 한 잔 올리고 ‘아버지 무죄’라고 외치고 싶다.- 진술하는 김00의 증언 수기 작성
희생자 강중석은 당시 17세로 명월리에서 농업에 종사하였다. 1949년경 토벌대에 연행되었고, 군법회의를 거쳐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징역 7년 형을 선고받아 인천형무소 수감되었다가 행방불명되었다. 그의 동생 강00은 오빠에 대한 기억을 전했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일곱 살, 오빠는 열일곱 살이었다. 소개 명령으로 아랫마을로 갔는데, 나는 길에서 노는데, 오빠를 다른 사람이 부축해서 놀러 가는 줄만 알았다. 그때 나가고 나서 이날까지 소식이 없다. 인천형무소로 갔다고 편지가 왔지만, 나는 한문을 모르는데, 오빠 편지가 다 한문으로 되어있어서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때 오빠가 아니었다면 나는 인간이 되어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집은 여자가 많이 태어나 집이라서 내가 갓난쟁이였어도 나를 팽게치고 미워했다. 밭에 가서 일만 하고 있는데, 그 오빠가 보리범벅을 만들어 먹을 것도 챙겨주고, 나를 키웠다. 그 오빠 때문에 내가 인간으로 되었지만, 오빠를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한국전쟁 터지고 나서는 소식도 없고, 찾지도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빠를 만나게 해준다며 집에 찾아왔지만, 이날까지 행방불명 되어있다. 오빠가 외아들인데 없으니 친정 어른들 벌초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제사는 못하지만 벌초라도 하고 싶었다. 이제는 다 돌아가시고, 나도 갈 때가 되어가는데, 오빠의 사망 신고라도 내가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고 있다.- 진술하는 강00의 증언 수기 작성
오후에 진행된 일반재판 직권재심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대부분의 피고인들은 제주도에서 농사를 하며 죄를 지은 적이 없는 평범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었다. 박현민 변호사에 따르면, 이들 중에는 형무소로 보내진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고문 후유증으로 곧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또한 형을 다 복역하고 고향에서 살다가 한국전쟁 발발로 예비검속되어 영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모슬포에서 총살되었다는 소문만 있었는데, 정뜨르 비행장(제주국제공항)에서 유해발굴을 통해 그의 유해가 확인된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희생자 김원세는 1949년 국가보안법, 내란방조죄 등으로 징역형을 받았는데, 그의 혐의는 남로당에 가입하고, 시위 행렬에 참여하고 폭도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도로를 파괴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재심 재판을 통해 그가 이런 혐의를 받을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의 조카 김00은 “저희 할아버지한테 들은 얘기로는 닭 한 마리만 경찰서에 가져다 주면, 큰아버지는 죄가 없으니 풀어줄 것이라고, 그냥 나올 것이라고 들었다. 그렇게만 알았다.”라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망인이 된 20명의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방선옥 부장판사는 “유족들께서 마음 속의 한이 많을 텐데, 무죄 선고가 났으니 위로를 받으시고, 앞으로의 삶은 편안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라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