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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참여환경연대와 공동으로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에서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위원장을 초청해 공익활동가들을 위한 애드보커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교육을 위해 2박 3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기꺼이 할애해주신 이태호 정책위원장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후기는 제주다크투어 신동원 시민참여팀장이 작성했습니다.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강사로 해 열린 애드보커시 교육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강사로 해 열린 애드보커시 교육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태호 위원장님의 애드보커시 교육이 드디어 열렸습니다. 한 달 전부터 기다린 프로그램이었기에 큰 기대를 안고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교육은 애드보커시에 대한 이론적 내용에서부터 캠페인 기획에 이르기까지 공익활동가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소양과 자질 배양을 위한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아 숨 가쁘게 진행됐습니다.

‘애드보커시(Advocacy)= 더하다(Add)+목소리(Voice)’

이태호 위원장님은 애드보커시가 ‘원래 있던 목소리를 증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수자의 목소리가 일반 대중에 닿을 수 있도록 확산하는 것. 단순히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교육은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가를 화두로 전개됐습니다.

애드보커시에 임하는 활동가의 자세와 소임으로는 “직접 가서 보는 게 가장 중요(百聞耳 不如一見, 백문이 불여일견)”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 기억과 기록(Remember them), 대의(代議)와 대행(代行)이라는 옹호자의 소임의 대해서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쉽게 말해, ‘너희가 누군가를 대신하여 직접 가서 보고 기억하고 기록하라’는 말입니다.

애드보커시 활동이 단순히 내가 믿는 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이 아니라 누군가를 대변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를 보는 감수성을 더욱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현장이 가장 중요한 만큼 체력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강사로 해 열린 애드보커시 교육
지난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강사로 해 열린 애드보커시 교육
중구난방(衆口難防), 대중의 입은 막기 어렵다

이 위원장님은 애드보커시의 주체가 시민(민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중구난방(衆口難防)이라는 고사성어를 예로 드셨습니다. 지금은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을 이르는 말’ 정도의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중구난방(衆口難防). 원래 의미가 나온 십팔사략 원서에는 ‘대중의 입은 개천을 막기보다 어렵다’는 의미로 기원전 중국 고대 주(周)나라 소공(召公)이 여왕(麗王)의 탄압 정책에 반대하며 조언한 데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기원전 11세기에 언급됐던 이 중구난방의 묘리는 2010년대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2011년 중동에서 일어난 반정부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을 시작으로 유럽의 여름, 미국 월스트리트의 가을(월가 점령 시위)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경제 위기와 양극화를 통해 잉태된 폭력과 특권, 반칙에 대한 저항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것인데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IMF(국제 통화기금)가 자금 운용 기조를 긴축재정에서 재정 확대로 변경했다고 이 위원장님은 설명했습니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거대 자본이 고수해온 논리를 뒤집어버린 것입니다.

애드보커시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애드보커시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

약자들의 목소리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진 사례는 또 있었습니다.

이태호 위원장님이 이야기해주신 2000년대에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독립전쟁(이라 쓰고 애드보커시 활동이라고 읽는)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무장집단이었던 이들의 주요 전략은 아이러니하게도 ‘비폭력’ 투쟁이었습니다.

이들은 21세기에 말을 타고 죽창을 든 채 반정부 투쟁에 나섰습니다. 1939년 세계 2차 대전 발발 당시 세계 최강이던 나치의 기갑부대에 장렬히 맞서다 괴멸된 폴란드 기병대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한 무기는 말과 죽창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무기 삼아 마야계 원주민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법률을 제정해줄 것은 촉구했습니다. 근거지인 치아파스에서 800여km 떨어진 수도 멕시코시티까지 평화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인들의 이목이 쏠리자 정부도 이들을 진압하지 못했습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이들의 운동을 최초의 포스트모더니즘 혁명이라고 칭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죽창을 든 기마대의 콘셉트는 일종의 전략이었던 셈이지요.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라는 말은 사파티스타의 부사령관이었던 마르코가 한 말인데요, 여기서 말은 말(馬)이 아니라, 말(言)이었던 것입니다.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정부를 상대로 말을 타고 죽창을 든 이들의 투쟁은 마치 불의를 타파하고 약자를 돕겠다며 50대의 나이에 모험에 나선 돈키호테를 연상시켰습니다. 이 둘은 일견 무모해 보이지만 결국 세상을 이롭게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공익활동가로서 활동하면서 배울 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드보커시 교육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캠페인 기획을 위해 진행한 브레인 스토밍의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애드보커시 교육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캠페인 기획을 위해 진행한 브레인 스토밍의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은 자원을 투입해 가장 큰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

이태호 위원장님은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가진 자원은 상대방보다 적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해 큰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 캠페인 기획·실행의 기본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기조로 캠페인의 목적과 장·단기 목표, 중심행동 수단 설정하기, 프레임 설정, 권력 축 분석 및 모델링, 우리 편 찾기, 상대의 ‘아픈 손가락’ 찾아 무너트리기 등 캠페인의 방법론적 내용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배운 이론을 토대로 실제 캠페인을 기획하는 활동도 해 봤습니다. 타깃은 제주시 노형동에 들어서는 ‘드림타워 카지노’였습니다. 이론적으로 방법론을 배울 때는 명석 판명해 보였던 내용을 실제 사례에 적용하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많은 현장에서 뒹굴며 메꿔야 할 경험의 영역이겠지요.

이외에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운동을 비롯해 미국 흑인 인권 옹호 운동,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 불법 성 착취물 반대 운동 등 다양한 운동 사례들을 봤습니다. 무엇보다도 치밀한 전략으로 결국 성공한 미국 흑인 인권 옹호 운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운동 초기, 자신들과 반대편의 서 있던 사람들마저 결국엔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며 ‘되는 싸움, 이기는 싸움’은 이런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글에는 다 녹여내지 못했지만 ‘인권기반 접근과 그 실행원칙’, ‘재난 자본주의와 절망의 내재화’, ‘네트워크와 사회적 자본’, ‘진실, 정의, 배상(복구), 재발 방지, 기억의 권리’ 등 활동가로서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지난 6월 16일부터 사흘간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위원장을 강사로 해 열린 애드보커시 교육 현장
지난 6월 16일부터 사흘간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위원장을 강사로 해 열린 애드보커시 교육 현장

교육을 받으면서 동가는 앞서 언급했던 돈키호테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이 패배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무모하게도 풍차를 향해 달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인권은 그렇게 싹 터왔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교육에서 제주4·3운동과 현재의 결속을 더욱 강화할 무언가를 찾겠다는 개인적 목표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돈키호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대표곡 ‘Impossible Dream’의 일부를 인용하며 이번 후기를 마칩니다.

Es la misión del verdadero caballero. Su deber. ¡No! Su deber no. Su privilegio.

그것은 진정한 기사의 임무이자 의무. 아니! 의무가 아니라, 특권이노라.

Soñar lo imposible soñar.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

Vencer al invicto rival,

무적의 적수를 이기며,

Sufrir el dolor insufrible,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Morir por un noble ideal.

고귀한 이상을 위해 죽는 것.

Saber enmendar el error,

잘못을 고칠 줄 알며,

Amar con pureza y bondad.

순수함과 선의로 사랑하는 것.

Querer, en un sueño imposible,

불가능한 꿈속에서 사랑에 빠지고,

Con fe, una estrella alcanzar.

믿음을 갖고, 별에 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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