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주참여환경연대를 찾아가 제주도 난개발의 역사와 함께 한 단체의 발자취와 올 한 해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반대 범도민회>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2001년 상설 단체인 지금의 이름으로 재창립을 하게 된다. 감시와 비판이라는 시민단체 본연의 활동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주발전과 지역사회의 개혁을 위한 대안 마련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의 개발 계획은 1963년 시작한 이래 이름만 바꿀 뿐, 모두 한 기조를 따라간다. ‘제주를 개발해 이윤을 만들자.’ 그러나 자본가만 속해 있는 그들만의 리그에 제주도민과 이 땅 제주는 빠지고 없다. 무분별한 난개발 속에 누구는 돈을 벌고 누구는 그보다 더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의 일환으로 탑동을 매립하여 일터를 빼앗긴 해녀들이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양용찬 열사도 있다. 이때 제주는 4·3 이후 최대 규모의 범국민 운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 말 제주도개발특별법이 날치기 통과된다. 그리고 현재도 제2공항 건설과 도로 확장 등 불필요한 건설이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최근 제주는 화북 공업단지 이전으로 여기저기 몸살을 앓았다. 함덕리 곶자왈-상장머체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덕천리 이전을 계획했다. 덕천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형성된 곳이다. 거문오름에서 시작된 용암이 크고 작은 동굴들을 만들며 바닷가까지 흘러내려간 곳으로 5개의 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학술적 가치와 더불어 넓은 곶자왈지대와 많은 오름들이 있다. 다행히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현재는 이전 계획을 변경해 기존 공업지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마터면 숲을 잃고 식수가 오염되는 등 많은 것을 잃을 뻔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2공항 건설 반대와 곶자왈 지키기 등 올 한 해도 바쁘게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22년부터 시작한 ‘가로수 살리GO!’ 사업을 올해도 진행한다고 한다. 대자연의 보고인 제주에서 의외로 가로수 조성 비율은 전국 꼴찌라고 한다. 도로를 넓혀 자동차의 수요를 늘리는 게 아니라, 가로수를 살려 걷기 좋은 길을 만들면 대중교통 이용도 많아지고 유동인구가 많아 주변 상권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집 근처 나무들이 죄다 잘려 있는 것을 보았다. 가지치기를 한 모양인데 이것은 그냥 나무를 죽이는 일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 인간의 조망권과 편리한 관리를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난개발은 자연의 훼손은 물론 역사적 유적지도 앗아간다. 수많은 4·3 유적지가 형태를 잃고 자리를 빼앗겨 흔적 하나 찾아볼 수 없게 바뀌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오랫동안 주민들의 안녕을 빌던 사당이 관리받지 못하고 버려져 있는 것도 보았다. 제주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난개발이 아니라 소중한 유산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일 것이다. 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졸속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지역주민과 충분히 토론하여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