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크투어는 제주참여환경연대와 공동으로 지난 5월 11일부터 일주일간 신입 활동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제주의 현안은 물론, 인권, 생태, 성인지 감수성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으로 꾸며졌습니다. 새롭게 활동가의 길로 들어선 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신 강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주의 현안을 알아보는 활동가 교육이 지난 5월 14일과 15일, 제주참여환경연대 카페 자람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교육은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님과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전 대표님이 강사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홍영철 대표님은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제주도에서 자행되고 있는 난개발과 중국 자본에 의존적인 산업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설명해주셨습니다. 이어서 강호진 선생님은 제주 현안과 현재 제주도의 개발 지향적 제도를 뒷받침하는 제주특별법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비슷한 듯 다른 주제이지만 문제는 하나, 바로 제주국제자유도시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입니다.
“국가 주도로 조성된 관광지 제주도, 그 시작은 ‘기생관광’"
홍 대표님에 따르면 제주도는 대략 1960년대부터 국가의 필요에 의해 관광지로 육성됐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토 균형 발전을 구실로 제주도에 대해 자유항 지역 구상(1963년), 특정자유지역 개발 구상(1975년), 국제자유지역 조성을 위한 종합개발계획(1983년) 등을 추진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제주 관광의 시작이 속칭 ‘기생관광’으로 불리는 성매매 관광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계획의 추진 목적을 보면 이러한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데요.
정부의 일차적 목적은 ‘일탈’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관광지의 셀링포인트는 ‘자유는 있고 규제는 없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에서 나타나는 무질서와 방만 등은 필연적으로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영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겠죠.
정부가 제주를 관광지로 육성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합니다. 섬 지역이라는 특성상 외부와 쉽게 차단할 수 있어 이런 부정적 영향을 제한하기에 최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제주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업을 시행하기보다는 중앙의 시각으로 계획을 추진합니다. 제주도민의 복리 증진보다 국가발전이 우선시됐던 것이지요.
이후 1991년 제정된 제주도개발특별법, 제1, 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법 등 개발 일변도의 법과 계획이 추진되면서, 현재의 난개발 문제로 몸살을 앓는 제주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제주도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2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는 노골적으로 중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는 지나치게 중국 자본에 의존적인 현재 제주의 경제체제를 만드는 밑바탕이 됐습니다.
저가덤핑 관광상품, 제주의 미래를 좀먹다
홍 대표님은 현재 제주도의 경제구조가 외부 자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제구조가 관광업을 대표로 하는 3차 산업을 중심으로 편제됐기 때문이지요. 특히, 관광업 전체가 중국 자본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면서 경제의 자생력 측면에서 우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질 좋은 일자리를 낳는 2차 산업은 너무 영세하고, 산업의 중심을 잡아주던 1차 산업도 인구 고령화 및 일손 부족 등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주경제의 주축인 관광업.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제주의 저가 덤핑 관광으로 관광객 수에 목을 매는 상황은 많은 문제를 낳았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주에서는 관광객이 많이 들면 많이 들수록 좋다는 확신 아래 여행사들의 저가 관광상품이 판을 쳤고, 관(官)도 이에 맞춰 관광객 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렇게 거대해진 제주의 관광업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관광지 개발과 관광객 수용력을 생각하지 않은 덤핑 관광행태 등 때문에 공항, 도로, 숙박시설 등을 짓기 위한 환경 파괴와 지나친 물 소비 및 하수처리, 쓰레기, 교통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모두 도민들이 감내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수익 대부분이 해외나 육지부에 본사를 둔 대기업으로 편중되면서 도민들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곧바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공고해졌기 때문입니다.
또 지나치게 중국 자본에 의존하다 보니 중국이 기침만 한번 해도 업계가 휘청거리게 됐습니다. 2013년 중국 여유(旅游여행)법 개정,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가 그랬습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정부의 외화(달러) 유출 규제로 제주관광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제주다크투어나 생태관광같은 대안적 형태의 주민들과 함께하는 기행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수익 중심적인 제주의 관광 문화를 바꾸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제주특별법, 이것이 문제로다
교육 내내 강조됐던 것은 지난 2006년 제정된 제주특별법이었습니다.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법은 자본이 제주도를 시험대 삼아 국제학교, 의료민영화, 땅 투기 등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법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주도 시민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 할 악법으로 꼽는 것이 이 제주특별법이기도 합니다.
제주의 기초자치단체를 통폐합되고 도지사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재 구조가 만들어진 것도 이 법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대규모 개발사업의 허가에 관해서도 도지사의 ‘결단’만 있으면 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지요. ‘제주다판다센터’라는 비판을 듣는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도 이 법에 근거를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강호진 선생님은 제주특별법을 어떤 내용으로 바꿀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제주생태평화도시특별법’으로 개정해 현행 특별법 제1조(목적) 조항을 제주도민을 위한 내용으로 변경하고 이 기조를 토대로 분야별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외에도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주민선택권 부여,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주민발안제 도입, JDC 소속 이전 및 역할 변경, 일자리 영향 평가제 도입, 외국인면세점 관광진흥기금 부과, 카지노 수익 지역 환원 및 제도 정비, 투자진흥지구 제도 전면 개정 등 현재 지속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나눠주셨습니다.
강연의 마무리로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열안지오름에 다녀왔습니다. 오름 정상에서는 제주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름 아래로 보이는 너른 들판이 바로 오라관광단지 예정지라고 합니다. 개발 승인이 나면 이곳에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이지요. 현재는 사업자의 자본 조달력에 문제가 제기되어 사업 추진이 중단된 상태라고 합니다.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고 이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제주다크투어 역시 제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주특별법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며 제주의 환경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