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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크투어는 제주참여환경연대와 공동으로 지난 5월 11일부터 일주일간 신입 활동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제주의 현안은 물론, 인권, 생태, 성인지 감수성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으로 꾸며졌습니다. 새롭게 활동가의 길로 들어선 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신 강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박대현 조사관님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 박대현 조사관님

제주다크투어 신입 활동가 교육이 5월 11일(월) 오후 3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에서 열렸습니다. 활동가 교육은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인권 교육으로 시작했습니다. 제주다크투어 후원회원이시자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으로 계시는 박대현 선생님께서 강의를 맡아주셨어요.

인권 강연의 첫 화두는 ‘헌법이 통치권보다 기본권을 먼저 쓴 이유’였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헌법은 국가의 통치권보다 국가 구성원(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합법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인 국가의 권리보다 개인의 인권이 우선한다는 사실이 우리 헌법에도 잘 드러나 있는 것이지요.

실제 우리나라 헌법은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이념과 개정 과정을 압축 서술한 헌법 전문을 시작으로, 헌법의 원리를 규정한 총강(제1조~제9조) 부분으로 이어집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는 부분은 제10조부터인데, 첫 시작인 제10조가 흔히 ‘행복추구권’이라고도 불리는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입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강연 중 수강생들이 이 조문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목구멍 언저리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치밀어 올랐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에 보편적으로 조건없이 적용된다’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세금을 내든 안내든, 나이가 적든 많든, 장애가 있든 없든, 심지어 죄를 지었어도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갖게 되는 권리가 바로 인권이라는 것이지요.

2020년 5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에서 열린 신입 활동가 교육
2020년 5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에서 열린 신입 활동가 교육

인권과 국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무척 의미 있는 이야기를 셨습니다.

‘국가는 특정한 영토 내에서 정당한 물리적 강제력의 독점을 관철시킨 유일한 인간 공동체이다.’ 근대 사회과학자인 막스 베버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국가란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국가를 상대로 개인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인권입니다.

실제 집회시위 현장에서는 시위대에 대한 경찰(공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경찰에 대한 인권침해도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현실인데요. 자칫 양비론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대현 조사관님은 “국가공권력의 행사자는 기본권의 수범자이지 향유자가 아니다”라는 헌법재판소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집회시위 현장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은 일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화신으로 그 자리에 임한 것이기 때문에, 인권을 지켜야 하는 존재이지 이를 보장받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권문제는 국가와 시민 간 대립관계에서 시민이 피해자일 때에만 발생하는 것이라고 정리해 주셨습니다.

2020년 5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에서 열린 신입 활동가 교육
2020년 5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에서 열린 신입 활동가 교육

박대현 조사관님은 특히 국가가 공권력을 통해 개인의 인권을 제한할 때에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는 인권보호를 위한 국가의 개입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개입원칙을 잘 나타낸 것이 헌법 제37조 제2항입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2항

이 조항에 따르면 국가는 오로지 공익적 목적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한해 목적과 수단이 정당하고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과잉금지의 원칙), 법률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법률 유보의 원),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본질 침해 금지의 원칙) 제한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제한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려면 재차 삼차 숙고해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바쁘게 살다 보면 인권이란 그저 책 속에나 있는 공허하고 힘없는 개념으로 잊혀지곤 합니다. 특히나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간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 인권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한가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린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인권이 실마리가 될 수 있겠구나고 실감했습니다. 공기처럼 소중해 존재를 잊기 쉽지만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권이 아닐까요. 자신이 갖고 있는 권리를 이해하고 이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예민하게 현실을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주 4·3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의 현장입니다. 그렇기에 당시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한국 현대사의 인권을 바로 세우는 일일 것입니다. 제주 4·3을 기억하는 제주다크투어도 다른 인권침해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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