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일) 오전 11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4·3행불수형인 재심 개시 결정을 위한 첫 심리가 열렸습니다.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과 회원들도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이날 제주지방법원을 찾았습니다.
이번 재심은 4·3 당시 지난 1948년 12월과 1949년 6~7월에 두 차례 진행된 불법 군사회의(군사재판)에서 억울하게 죄인으로 몰려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압송돼 옥살이를 하다가 행방불명된 349명을 대상으로 합니다.
재심 심리는 대상 인원이 많은 만큼 각 지역(형무소 기준)별로 10~20명씩 나뉘어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인데요. 오늘 열린 첫 재판은 호남지역 형무소에 수감됐던 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당사자들을 대신해 행불수형인들의 자녀와 형제 등 유족들이 청구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은 개시되어 지난해 1월 공소기각 판결이 났지만, 행불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도민들의 관심이 큰 재판인데요. 이를 증명하듯 이날 심리에는 방청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관을 하러 왔습니다.
특히 이번 첫 재심 개시 재판의 결과는 향후 다른 행불수형인들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례로 남게 됩니다. 우리가 이번 재판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 심리에서는 이번 재판의 쟁점과 향후 심리 일정에 대한 논의, 변호인 측과 검사 측 의견 청취 등이 진행됐습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오신 생존수형인들과는 다르게 행불수형인들은 그 생사여부를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재판부 역시 "피고인(행불수형인)들의 사망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족들은 당시 행방불명된 가족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해 60~70년대에 이미 사망신고도 하고, 제사도 지내고 있지만 추정에 기반한 것과 법적 증명은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심 청구에서 법적으로 사망 확인이 되지 않으면 유족들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재심 개시를 결정하는 재판부 입장에서 당사자의 사망 여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지요.
또한 4·3 당시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이름과 호적상 이름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주소는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이름이 다른 경우인데요. 이는 집에서 불렸던 아명(兒名)이 수형인명부에 기재됐거나,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일부러 다른 이름을 수형인명부에 올린 경우 등이라고 합니다.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 추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미 고령인 유족들을 고려해 수백 명에 달하는 청구인들에 대한 재판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행불수형인과의 직접적인 기억이 많은 유족 등 대표적인 몇 사람의 사례를 증언으로 듣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재심 심리를 주관한 장찬수 재판장은 심리 말미에 '유족들이 자신의 사연을 편지에 써보내면 읽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동안 국가에 의해 억울한 삶을 억누르고 살아야 했던 유족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린 재판부의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주다크투어는 향후 행불수형인 재심을 함께 지켜볼 ‘시민방청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재판을 함께 방청하고 4·3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4·3 행방불명인 재판이 유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마음으로 함께해 주세요.
방청단 모집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빠른 시일 내에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