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5일(화) 제주지방법원(장찬수 부장판사)은 제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으로 수형인 30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은 본 재판에 참석하여 무죄선고 받은 제주4·3 희생자 유족의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그 소중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날 재판부터는 판사의 결정에 따라 유족의 진술을 먼저 듣고, 최종 판결을 내리는 방식으로 재판 절차가 변경되었습니다. 하여 검사측과 변호인의 진술과 선고 요청이 이후에 바로 유족들의 발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망 허00님의 아들 허00님은 발언을 시작하자 목이 메여 몇 마디 말씀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너무 어렵게 살아왔고, 아버님의 유골이라고 찾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님의 제사는 고령인 형님이 모시고 있고, 아버지가 잡혀간 날을 기일로 삼아 제사를 모시고 있다고 했습니다. 거듭 유골을 찾고 싶다는 말로 말씀을 마쳤습니다.
망 임00님의 딸 임00님은 제주4·3 당시의 혼란으로 인해 호적이 잘 못되어 희생된 아버지의 딸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진술을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4·3의 피해가 자녀들에게 까지 미칠까 염려하여 친척의 호적으로 바꿔서 신청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임00님께서도 이런 의도로 큰아버지 호적에 들어가 있어 어머니의 병원 진료, 장례 등 돌보는 과정에서 굉장이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여 이번 재판을 계기로 호적이 원활하게 정정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망 현00님의 동생 현00님은 제주4·3 당시 6세로 어린 나이라 뭐가 뭔지 잘 몰랐다고 합니다. 형이 끌려갈 때도 같이 가려고 하니 형을 잡아가던 사람이 안된다고 했다고 기억하셨습니다. 나중에 마산형무소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지만 어디에 묻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형님 잡혀가고 나서 본인이 12세 되던 해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이후 살다보니 제주4·3 에 대해 말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며 진술을 마쳤습니다.
망 김00님 조카 김00님은 조부님이 생전에 얘기하시를 저녁식사 하는 데, 사람들이 들이닥쳐 삼촌을 끌고 갔다고 했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대구형무소에 있었고, 6·25 발발하니 어디서 총살당했다고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대략 언제쯤 돌아가셨다고 들어 그날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진술하셨습니다.
망 박00님 손자 박00님은 당시 아버지 나이 18세였으며, 시신이나마 찾을 수 있으면 좋은데, 찾지 못해 안타까움을 밝히셨습니다. 이 시간 이후는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으로 진술을 마쳤습니다.
유족들의 진술 중에 판사는 최근 '무덤에서 살아나온 4·3 수형자들'이란 책을 읽고 있다며,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고, 이렇게 하는 것이 4·3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헤아리는 방법의 하나라고 제안했습니다. 4·3 관련 서적 중에는 절판 도서가 많아 구하기 어려운 편인데, 교보문고에서 e-book으로 구매할 수 있는 도서기도 해서 조만간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도 읽어보려고 합니다.
30명의 제주4·3 희생자이자, 군사재판 수형인들에게 무죄선고를 내리기 전에 판사는 한 가지를 더 설명했습니다. 바로 재판에 오르는 수형인의 순서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매 재판에 서게 되는 수형인이 정해지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잘 알지 못했습니다. 가장 기본은 '희생자 결정 일자 순'으로 재판을 받을 순서가 결정된다고 합니다. 이후, 여러 기관에서 과거 재판 관련 자료들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 자료들이 먼저 확보되는 경우가 더 우선순위를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제주4·3 관련 재심재판을 방청하며 가장 아쉬운 점이 현재 생존해 있는 수형인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시신을 수습하여 제대로 모신 경우는 더 적고, 대부분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유족들이 재판정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제는 유족들 대부분도 고령이라 재판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귀할 것입니다. 재판의 순서 결정 과정을 설명하는 판사와 검사의 모습에서 재심을 준비하는 검찰과 법원 또한 이러한 유족들의 상황과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부디 한 분의 유족이 더 살아있는 동안에 무죄판결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나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생존 수형인이 꼭 나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