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말] 제주다크투어 양성주 운영위원(전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과 신동원 시민참여팀장은 지난 11월 6일과 7일 대전 골령골에 위치한 한국전쟁 민간인 집단학살 피해자 유해발굴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수형인 수천 명이 학살되었습니다. 제주4·3으로 대전형무소에 왔다가 희생된 사람도 2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후기는 양성주 운영위원님이 작성해 주셨습니다.
한국전쟁 시기에 대전지역 보도연맹 관련자와 대전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사람들 7천 여 명이 희생된 곳이 대전 산내골령골이다. 70여 년 전에 불법군사재판을 받고 대전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다 집단학살 된 4.3희생자는 27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해 버림 받은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고 부른다.
이 장소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이 결정되면서 유해발굴을 진행하게 되었다. 너무나 바쁜 시기이긴 하지만 꼭 참여하고 싶어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에 제주다크투어 신동원팀장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동참했다.
얘기로만 전해지던 참혹한 과거의 진실이 걷어내는 흙속을 뚫고 드러나고 있다.
발굴 조사단이 30여 일 동안 유해발굴을 진행했고 150여 구의 시신을 지금까지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매장 추정지를 전부 확인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한다.
오늘 발굴 현장에는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 고등학교 학생들이 같이 참여하였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자신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조촐하지만 너무나 진솔한 위무의 시간을 가졌다.
학생 대표가 제문을 읽고, 희생자 이름을 한 명씩 부를 때 보고 있던 발굴팀들은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3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제주로 가서 4.3평화공원과 강정마을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며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래 글은 정다원 학생 대표가 읽은 제문이다.
처음 이곳에 와서 땅속에 있는 유해들을 봤을 때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죽였을까? 하는 무겁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와서 유해들을 보고, 발굴 작업을 하고, 총알에 뚫려버린 두개골과 곳곳에 있는 탄피, 당신들이 마지막으로 걸치고 있던 옷에서 나온 단추들을 보고,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곳에서 죽은 당신들은 어떤 사람이었을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각자의 이름이 있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오빠, 가족이었습니다. 이 긴 구덩이 앞에서 개인의 삶과 이름은 기억되지 않은 채 국가에 의해서 이름 없는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날의 진실이 알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있었습니다.
끌려가는 순간엔, 죽는 순간엔 얼마나 억울하고 두렵고 무서웠을지, 70여년 동안 땅속에 있다는 건 어떤건지, 잃어버린 가족을 학살터의 유해로 마주한다는 건 어떤건지 감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뼈가, 자료와, 증언과 당신들의 가족들, 많은 사람들이 먼 옛날 이 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하고 들어내고 있기에 아주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기억하며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면 안 된다고 새깁니다.
육체와 영혼 모두 따듯하고 편안한 곳으로 가세요. 이 순간들을 함께 한 증인으로서 외면하지 않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기억하고 연대하겠습니다.
성미산학교 포스트중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