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송진희 팀장과 김잔디 사무국장은 연대단체인 '제주참여환경연대'를 방문하여 홍영철 대표에게 '제주 난개발의 역사와 현황'에 강의를 들었다. 그 후기를 간단히 남긴다.
제주는 ________다.
제주는 주로 무엇이라고 표현되는가. 환경도시, 관광도시, 유네스코 3관왕,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 항쟁의 섬 등으로 불려왔다.
법률적으로 제주를 정의하고 있는 표현은 '국제자유도시'다. 이는 2006년에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러한 명칭은 2006년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1963년 자유지역(항) 구상, 1975년 특정자유지역, 1983년 국제자유지역종합계획 등으로 오래전부터 제주에 대한 개발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정의하기 전에 전제되어 있는 '제주도특별자치도'는 기초자치단체가 없다. 대신 도지사에게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된다. 즉, 도지사의 의지, 마음먹기에 따라 도시의 현재와 미래가 결정된다. 반면, 풀뿌리 시민단체가 시민의 욕구를 제안하거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든다. 게다가 이러한 모든 활동의 목적은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최근에 개정이 되면서 '도민의 복리 증진'이라는 목적이 추가되었으나 이를 보장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법 조문은 전무하다. 게다가 국가발전은 도민의 복리 증진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와 국제적 기준의 적용 및 환경자원의 관리 등을 통하여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환경친화적인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국제자유도시"란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한다.
이 법의 정한 제주도 그리고 국제자유도시의 가장 핵심 개념은 '규제 완화'다. 이 규제 완화는 총 3가지 영역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사람에 대한 규제 완화다.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무사증' 입국이 해당된다. 이는 제주에서 최근 높은 중범죄율로 나타난다. 그리고 상품에 대한 규제 완화가 있다. 이를 위해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고, 상품의 불법 유통을 유도하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본의 규제 완화다. 국제자유기준을 적용하여 제주도의 난개발, 환경파괴 등을 유발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2012년부터는 대중국 공략을 목표로 중국의 관광휴양도시로 제주도는 개발의 방향이 잡힌다. 복합리조트, 카지노, 뷰티케어 빌리지(영리병원)을 추진했으나 중국의 혐한정책에 따라 큰 이익을 남기지 못하거나, 오히려 도민에게는 여러 피해를 남겼다. 이밖에도 부동사투자이민제, 분양형 숙박시설 확대 까지도 도민 또는 국가의 경제적 이익에는 별 성과를 보지 못했다. 제주도민은 오히려 삶의 터전을 잃고, 이제는 제2공항 추진의 문제를 당면하고 있다.
제주도의 국제자유도시 유효한가?
2023년 현재를 두고 볼 때, 국가는 저출생-초고령화 사회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내부 노동력의 교육수준은 높은데, 고부가가치 일자리는 적다. 농민, 생산직, 서비스직 등 저임금 노동은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보기도 전에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기 전에 특정 계층만이 누리거나 선택할 수 있는 생애주기가 되었다. 농어촌에는 외국인노동자가 노동공백을 메우고 있고, 젊은이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위해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며, 끝을 모르는 '공정'에 대한 욕구를 드러낸다. 이런 와중에 서울과 같은 대도시도 아닌 제주도에 제2공항, 국제자유도시는 적절한 선택인가?
대도시 서울에도 1곳뿐인 공항이 제주도에 2개가 필요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납득이 어렵다. 규제 완화로 인한 피해를 오롯이 도민에게 부담지우는 자유도시의 방향은 이제 수정이 필요하다. 멋진 자연환경과 친환경적 농어엄이 주요 자원인 제주에서 규제완화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고부가가치의 친환경 관광, 다크투어 등 제주의 생태와 기후를 활용하고 살리는 여행프로그램과 건강한 관광소비 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제주만의 농어업 생산물이 생물뿐 아니라 가공식품으로 개발되어 다양한 소비를 이끌어야 한다. 그간 제주도가 이러한 부분에 노력을 해오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주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결론까지 '규제완화'가 중심이었고, 도민의 복리보다는 국가의 이익, 자본의 이익이 가장 우선 시 되어 왔다.
모든 규제를 풀고, 자본의 자유만을 보장하는 방식은 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강대국 대부분이 국익을 위해 국제적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제주도 또한 도민 스스로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기 위해 함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이 변해가는 세계질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앞으로 제주도라는 지역사회의 발전, 공존, 성장을 위한 수정된 비전, 새로운 계획들이 마련되고, 도민들간의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