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월 5일) 오전 10시 제주 관덕정 앞 광장에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알리는 도민보고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도민보고대회는 제주4·3특별법이 처음 제정된 2000년부터 지난 2월 26일 제주4·3특별법 개정안 통과까지 7717일간의 과정에서의 노력과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행사가 열린 관덕정은 74년 전 제주4·3의 도화선이 되었던 3·1절 발포사건이 벌어졌던 비극적인 장소이지만, 오늘은 승리의 함성과 만세 소리가 가득 찬 환희의 공간이었습니다.
행사에는 4·3유족을 비롯해 제주지사와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도교육감 등 기관장과 4·3평화재단 이사장 등 유관 기관 대표,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이 4·3특별법 개정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습니다.
각계 인사들이 마이크를 잡고 축사를 했습니다.
강춘희 4·3유족회 부회장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70여 년간 가슴속에 담고 있던 응어리를 토해내셨습니다.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는 삶의 마지막에 치매를 심하게 앓으면서 매일 4.3의 고통 속에서 살다가셨다”며 “어린 나이에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남동생을 살려보려고 몸부림치던 할머니의 고통을 느낄 수 있던 한마디가 ‘아기야, 아기야. 울지말앙 혼저 글라(울지 말고 어서 가자)’였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강 부회장님은 “할머니는 행여 강씨 집안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가 혹시라도 잘못될까 봐 4.3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이번에 제주4.3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저희 할아버지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세상으로 먼저 보낸 나의 동생을 호적을 정정해서 이제서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출생신고를 하자마자 사망신고도 해야겠지만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기록만은 남길 수 있다는 것으로 나는 너무너무 기쁘다. 심장에 박힌 돌부리가 빠진 것 같은 그런 놀라운 기쁨”이라고 밝히셨습니다.
“희생자에 대해 국가에서 책임의 의무로 배상을 지급한다고 한다”며 “그 배상금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남동생이 다시 태어난 대 끊긴 우리 강씨집안에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를 위해 정말 뜻있게 사용하겠다고 여러분께 약속드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4·3희생자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하여 노력하겠다”며 “위대한 평화의 섬 제주, 그 4.3의 역사가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도록 애쓰겠다”라며 발언을 마무리하셨습니다.
현경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세대전승 다짐발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4·3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이 기쁜 자리이자 올해에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까지 4·3 해결의 역사는 항상 청년세대와 함께했다”며 “진상규명 운동의 시작부터, 첫 공식 위령제를 통한 역사 해결의 의지표출 등 청년세대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함께하지 않았다면 오지 못했을 오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외로운 역사로 남지 않도록 4·3교육에 힘쓰고 전 도민을 넘어 전 국민이 해결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후대의 몫을 다하겠다”고 역설했습니다.
아울러 “이름 지어지지 않은 우리의 역사에 꼭 맞는 이름이 지어질 수 있도록 우리 세대의 방식으로 다시 한번 다음 길을 알리는 이정표를 써 내려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허영선 제주4·3 연구소 소장님의 시 낭송은 자리에 앉아계시던 어르신분들과 청년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보고대회를 마무리하며 4·3유족들과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함께 만세 삼창을 외치며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제주4·3특별법 개정안 통과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합니다. 제주다크투어도 제주4·3의 참된 봄이 올 수 있도록 연대를 이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