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토)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은 제주시 교래리 일대 이덕구 산전에 다녀왔습니다.
제주다크투어 운영위원이신 최상돈 선생님의 안내로 623고지를 따라 5km가 가까운 길을 걸어 이더국 산전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닌 이덕구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623고지는 처음 가본 길이었습니다. 길이 없는 곳을 가다 보니 조릿대와 쓰러진 나무, 가시와 풀이 무성한 산길을 오르는 만만치 않은 행군이었습니다.
등산화를 신고도 힘들게 오른 이 산길을 70여 년전 당시 사람들은 짚신을 신고 또는 맨발로 올랐겠지요. 인민유격대원들의 발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가 났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4·3 항쟁의 정신을 생각합니다.
올해로 이덕구 인민유격대 2대 사령관이 태어난 지 100년(1920년 출생)이 되었습니다. 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덕구 사령관은 1949년 6월 7일 이곳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죽음과 관련하여 과연 경찰에 의한 사살인지, 아니면 자살인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4·3 당시 제주도민들을 탄압했던 토벌대에 가담한 많은 사람들은 충혼묘지에 묻히고 '애국선열'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현충일에는 온 사회가 그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탄압에 맞서 싸웠던 인민유격대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잊혀진 죽음을 기억하는 것이 남겨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날 이덕구 산전을 오른 것은 이덕구 사령관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제주도민들을 기억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무런 이유없이 죽은 것이 아니라 죽어서 아무런 이유가 없어져버린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지요.
제주다크투어는 70여 년전의 항쟁 정신을 기억하고 더 널리 알려나가겠습니다. 이덕구 산전에 오를 때마다 떠오르는 김경훈 선생님의 시를 나눕니다.
아무런 이유없이
많은 사람들이
제주4.3에서 무수한 제주도민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억울하게 죽어갔다고 말한다
그런가
정말 그러한가
1947년 3월 1일의 그 거대한 군집의 운동을
뒤이은 3.10총파업의 열정을
나라 반쪽 만드는 5.10단독선거를 저지한 동력을
우리는 그 4.3의 봄을 애써 잊고 있는가
4.3의 겨울은
최고조에 이른 열정을 끄기 위한
그 몇 배 분량의 극한의 공포와 탄압
이것은 공동체의 파괴와 개인의 해체
이것은 정체성의 상실과 인간성의 말살
이것은 사유하는 세포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4.3에서 죽음만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진실을 말하자
제주4.3은 아무런 이유없이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죽어서 아무런 이유가 없어져버린 것이 억울한 것이다
제주4.3에서 선대들은
이재수 항쟁군들처럼, 동학농민군들처럼, 5.18 시민군들처럼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싸우다 스러져갔다
이것은 세상의 모든 빨치산 항쟁과 일맥상통한다
분명히
결단코 말하자
이유 있는 죽음들이다
고귀한 죽음들이다
의로운 죽음은 의로운 행진을 부른다
고귀한 죽음은 고귀한 결단을 부른다
이제 후대들의 몫이다!- 김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