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4·3 배·보상'과 관련 용역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배·보상 기준으로 사건 당시의 직업, 나이 등에 따라 보상금액을 달리하는 기준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4·3 배·보상 차등지급은 4·3희생자를 배·보상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구분 짓고 분열을 가져오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차별이며, 4·3특별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배·보상 용역에 대해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 제대로 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권에 대한 평등성의 원칙을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성명]
“4·3 배·보상 차등지급은 또 다른 차별”
- 4·3특별법 개정 취지 역행 ‘차별지급’ 기준 철회해야
- 행안부는 8월말 용역 결과 전에 공론 과정 거쳐야
1.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진행되고 있는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 관련 용역이 이달 말로 완료될 예정이다.
행안부의 발주로 한국법제연구원 등이 진행하고 있는 <과거사 배·보상 기준 제도화에 관한 연구> 용역의 주요 내용들이 그동안 사실상 비공개되면서 4·3 희생자 유족 등에 대한 배·보상 기준을 비롯해 추가적인 4·3특별법 개정 내용에 대한 궁금증만 증폭시켜왔다.
그런데 어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일부내용은 민간단체로서 제주4·3특별법 개정에 참여해 왔던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한다.
9일 제주지역 언론보도에 따르면 쟁점 중 하나인 4·3 배·보상 관련한 지원금액의 경우 ‘손해3분설’을 원칙으로 적극적 손해(의료비 등)와 소극적 손해(급여 등), 정신적 손해(위자료) 등을 보상한다는 기준(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특히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익 즉 ‘일실이익’을 산정해서 지급하는 것을 기준안으로 제시했다.
2. 언론보도를 토대로 정리하면 배·보상 범주로 제시된 것은 ▲생활지원금 ▲의료지원금▲위자료 ▲일실이익 등 4가지다.
하지만 ▲생활지원금 ▲의료지원금은 이미 현행제도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결국 ‘위자료’와 ‘일실이익’ 두 가지가 4·3특별법 개정에 따라 추가되는 내용이다. 위자료(또는 특별위로금)의 경우 지급 액수는 공개된 바는 없으나 정신적 손해배상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한 금액으로 지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가장 지원액 규모가 클 수밖에 없는 소위 ‘일실이익’과 관련한 내용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실이익’은 4·3 당시 희생당하거나 행방불명된 당사자의 당시 평균임금(또는 월급여액)에 취업 가능기간을 곱한 값에 생활비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지급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방식을 택한다면 예를 들어 동일한 ‘북촌사건’으로 인해 4·3희생자가 발생했는데, 4·3 당시 10세였던 희생자와 70세였던 희생자 간 지원금액을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배·보상 기준안은 오히려 4·3특별법 개정 취지와 4·3의 진정한 명예회복을 역행하는 내용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배·보상 지원금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차별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실이익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4·3 당시 연령 뿐 만 아니라 성별, 직업군 등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시 이를 공신력을 갖추고 입증할 수 있는 세부적인 임금통계나 정확한 생활비 산정금액 등이 존재했었는지도 의문이다. 또한 배·보상 절차와 관련해서는 신청주의 채택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유족의 입장에 선다면 4·3 희생자 개개인에 대한 사실상의 세부적인 재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배·보상의 기준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3. 이번 연구용역이 중요한 것은 4·3특별법 개정에 따른 후속적인 제도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하는 데 있다. 실제 배·보상 지급액 기준 만이 아니라 ▲배보상 청구권자의 범위 ▲지급 절차와 방법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및 정정 등 쉽지 않는 쟁점들이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내년도 4·3 배·보상 지급과 관련한 정부예산안 편성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공개적인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특히 4·3 희생자이지만 집단학살 등으로 인해 법률상의 유족이 존재하지 않는 소위 ‘무연고 4·3희생자’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과 4·3 특별법 개정 과정에서 또 다른 쟁점이었던 4·3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조항에 대한 현실화 문제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행안부도 인식하고 있듯이 이번 용역은 직접적으로는 제주4·3만이 주요대상이지만, 이번 정부 용역에서 설정된 기준은 별도로 특별법이 통과된 ‘여순사건’을 비롯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등 한국 과거사 청산 문제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행안부는 숨죽여가며 관료 사회 중심으로 용역 최종안을 작성하려하지 말고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 제대로 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과거사를 제대로 바로잡아야 하는 정부의 역할을 망각해서 차별과 갈등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21년 8월 10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연구소, 제주민예총, 제주4·3도민연대, (사)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회, (사)제주다크투어,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제주환경운동연합,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여성인권연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제주지역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주지역위원회, (사)제주민주화운동사료연구소,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사)한국청년센터제주지부, ㈜제주생태관광, ㈜평화여행자, 공공정책연구소 나눔, 곶자왈사람들, 노동열사김동도추모사업회, 마중물, 서귀포시민연대, 서귀포여성회, 전교조제주지부, 제주4·3문화해설사회, 제주YMCA, 제주YWCA,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대학교 민주동문회, 제주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제주아이쿱 생협, 제주여민회, 제주장애인연맹DPI, 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청년협동조합, 제주통일청년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제주흥사단, 한살림제주생산자연합회, 사단법인 제주문화예술공동체, 세월호 제주기억관, 노동자역사 한내 제주위원회, 제주대학교 총학생회(무순, 이상 49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