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의 길을 열어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이 드디어 오늘(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번 과거사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구성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2006년부터 4년 2개월의 조사활동을 벌인 제1기 진화위는 짧은 신청기간과 조사기간, 후속조치 미비 등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해산했습니다. 이에 국내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랜시간 2기 진화위 구성을 촉구해 왔습니다. 이번 진화위법 개정안 통과는 그 동안 노력해 온 피해 당사자들, 시민사회단체들의 지난한 노력의 결과입니다.
여야간 논의 과정에서 진화위 구성위원수가 축소된 점, 피해자에 대한 배상조항이 빠진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동안 미진했던 과거사 청산을 해결하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간 것은 분명히 환영할 일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제2기 진화위를 통해 과거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내 과거사 단체들과 함께 지켜보며 연대하겠습니다.
[연대성명] 과거사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환영하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기대한다
과거사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염원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법’) 개정안이 2020년 5월 20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의원들이 지난 5월 7일 과거사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임기 안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지 13일 만이다.
기존 과거사법에 따라 설립되었던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제1기 진화위’)”는 2006년 4월 24일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 약 4년 2개월의 조사활동을 마친 후 2010년 12월 31일 해산하였다. 그러나 짧은 신청기간과 조사기간의 제한으로 인하여 조사를 완료하지 못하였거나 미진한 사건들이 많았고, 국가기관의 권고사항 이행을 비롯한 후속조치도 미흡한 실정으로 인하여 추가 진화위 활동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제1기 진화위 활동 이후 추가적으로 드러난 국가폭력 사건들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제2기 진화위를 통해 진상규명 활동을 재개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었던 것이다.
그간 과거사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의 막바지에 이르도록 통과되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후 100대 국정과제 중 세 번째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제시하면서 과거사의 완전한 정리를 선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에서의 통과가 요원해 보였다. 그러나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포기하지 않고 과거사법 개정과 제2기 진화위 설치의 필요성을 호소했고, 국회는 마침내 20대 회기 종료를 앞두고서야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물론 이번에 통과된 과거사법 개정안은 기존 발의안보다 많은 부분에서 미진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원회 구성위원의 수가 15인에서 9인으로 축소되었고, 과거사 가해 관련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공개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조사기간 역시 최대 6년에서 최대 4년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제2기 진화위 활동이 과거사의 완전한 정리를 목표로 출범한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규모나 활동기간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진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사의 완전한 청산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피해자에 대한 배상강구 조항도 여야 간 막바지 협상 과정에서 빠졌다. 물론 배상강구 조항이 빠지더라도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나, 국가폭력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점을 과거사법이 확인해 줄 필요성이 있었다.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제는 미진한 점만을 따지면서 아쉬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미 많은 진실규명 과제들이 제2기 진화위를 기다리고 있다. 기존 진실규명을 받지 못했던 피해사건들 뿐 아니라, 여순사건, 의문사사건, 형제복지원, 선감학원과 서산개척단, 간첩 조작사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들의 피해 등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들 전반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제2기 진화위는 진실규명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준비해야 한다.
과거사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진화위 활동이 종료된 후 지속적으로 국회에 개정안 발의를 주도하고 제2기 진화위 활동의 재개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다. 때문에 이번 과거사법 개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이번 기회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박한지 인식하고 있다. 이미 많은 피해자들이 세상을 떠났고,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도 상당수가 고령이다. 진실규명을 통해 용서와 화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는 정말로 많이 남지 않았다.
우리 과거사 피해자들과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과거사법 개정을 환영하며, 그동안 이 법의 통과를 위해 함께 애써 준 국회의원들과 보좌진, 방호과 등 국회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이제 곧 출범할 제2기 진화위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거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
2020. 5. 20.
4.9통일평화재단,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사)제주다크투어, 서산개척단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이내창기념사업회,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재단법인진실의힘,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의문사지회, 천주교인권위원회, 포럼진실과정의, 한국전쟁유족회특별법추진위원회, 형제복지원사건피해자·실종자·유가족모임,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국내 20개 인권시민사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