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은 지난 18일부터 1박 2일간 여수와 순천에 다녀왔습니다. 71년째를 맞은 여순항쟁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동포를 학살할 수 없다며 명령을 거부한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그들의 연대의 마음을 지지했습니다. 1948년 10월 19일 제14연대 군인들이 일으킨 여순항쟁 이야기입니다. 국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항명한 군인들에게 국가는 총구를 겨눴습니다.
반란 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많은 시민들은 아직도 그들을 기억합니다.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그들이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촉촉히 비가 내린 전날과 달리 추념식이 열린 19일에는 날씨가 매우 맑았습니다. 작열하는 햇살 아래 순천 장대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핀 나팔꽃은 눈이 시리게 아름다웠습니다.
70여년 전 일로 아버지를 잃은 황혼의 딸은 국화꽃을 내려 놓으며 나즈막히 불렀습니다. “아버지...”
당신 아버지가 왜 죽임을 당했는지 알지 못했 괴로워하셨던 어머니를 보며, 외손자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추념식 전날인 18일에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서 여순항쟁의 이야기를 듣고 14연대 주둔지, 인구부 전투지, 만성리 학살터, 형제묘 등을 찾아 71년 전 그날의 여수 순천을 떠올렸습니다. 제주에 비해 여수에는 유적지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유해 발굴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번 기행에 함께 해주신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선생님은 거듭해 강조하셨습니다. “여순항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순항쟁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14연대 주둔지였던 곳은 포탄을 만드는 방위산업체의 공장이 들어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 앞바다에는 쓸모를 다한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활주로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만성리 학살터 비석에는 제주4•3의 백비처럼 그날의 현장을 설명하는 어떤 문장도 새겨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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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로도 설명될 수 없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원통한 마음과, 아직 매듭짓지 못한 여순항쟁 기억투쟁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말줄임표만이 남아있습니다.
죽어서 아무런 이유가 없어져버린 영혼들이 이곳 여수, 순천에도 있습니다. 남도 끝자락 오동도 동백꽃이 아름다우면서도 처연하다는 것을 제주는 알고 있습니다.
의미 있는 죽음이었고 의로운 죽음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여순항쟁 유족들은 여순항쟁 특별법이 올해 안에 통과되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주4•3특별법 개정과 함께 여순항쟁 유족들의 오랜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4•3을 기억하는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