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제주4·3 생존자와 유가족분들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선물을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100여 분의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직접 찾아뵙는 만큼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4·3희생자유족청년회 등 많은 단체들이 참여했는데요, 제주다크투어도 함께했습니다.
저희는 서귀포 지역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찾아뵈었습니다. 방문하는 집집마다 친손주처럼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날 찾아뵀던 분들 중에는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셨다가 지난해 1월 제주지방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오계춘 할머니(95)도 계셨습니다.
오계춘 할머니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던 작년보다 기력이 많이 쇠하신 듯했습니다. 최근 눈 수술을 받으셨는데 눈과 귀가 점점 안 좋아지셨다고 하셨어요. 저희가 현관에서 큰소리로 몇 번이나 할머니를 부른 후에야 저희가 온 줄 알아차리셨습니다. 할머니는 밝은 얼굴로 저희를 맞아주시면서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건강이 좋지 않아 하루종일 집 안에만 계신다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4·3 당시 입은 부상으로 장애를 갖게 된 분들도 찾아뵈었는데, 간병인이 없으면 병원에 가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분도 계셨습니다.
국회에서4·3특별법 개정안이 홀대받는 동안 4·3을 겪은 산증인들은 날로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개정안이 통과되어 4·3의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세워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4·3 생존자 어르신들이 모두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