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슈 한국어판(NO.212)에 제주다크투어의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이번 호에 게재된 제주다크투어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홈리스 빈곤 해소를 미션으로 발행되는 매거진 <빅이슈>는 서울의 여러 지하철역 입구(bigissue.kr/bigsales/place) 또는 빅이슈 온라인샵(www.bigissue2.kr/shop/main)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푸른빛 바다, 울창한 숲. 제주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일 겁니다. 많은 분들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만 1,431만 명이 제주로 여행을 오셨다고 합니다.
지난 해에는 많은 분들이 제주로 여행 오시는 이유가 또 하나가 생겼습니다. 바로 제주4·3입니다. 지난 해는 제주4·3이 일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70주년을 맞아 제주 사회에는 제주4·3이 우리에게 남겨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 모아졌습니다.
‘제주4·3을 함께 기억해달라’는 제주 사회의 요청에 전국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분들이 응답해주셨습니다. 작년에 제주다크투어와 함께 4·3 유적지를 돌아본 분들이 1,300여 명(국내 900여 명, 외국인 400여 명)에 달하고 올해에도 그 열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 그 저편에 제주4·3의 기억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와 제주에 첫발을 딛는 곳, 제주공항에는 제주4·3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유해가 묻혀 있습니다. 제주항 앞, 지금은 허물어진 일제 주정공장은 4·3 당시 제주 사람들을 가뒀던 수용소였습니다. 그 제주 앞바다는 사람들이 군경 토벌대에 의해 수장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성산 광치기해변, 월정리 해변은 학살터였습니다.
그렇다면 제주4·3은 무엇일까요? 2000년에 통과된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4·3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이름이 없습니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7년 7개월의 긴 시간 동안 일어난 제주4·3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합니다. 그 안에는 탄압의 시기, 항쟁의 시기, 그리고 대학살의 시기가 모두 녹아있습니다. 제주4·3평화공원에는 아직도 새겨지지 못한 비석, 백비(白碑)가 누워있습니다. 제주4·3에 이름이 지어지는 날, 제주4·3의 이름이 새겨져 일어서 그곳에 역사의 빛이 드리우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제주다크투어 활동가 김명지입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알려나가기 위해 2017년 9월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저희는 여행을 통해 제주의 역사를 기억하고 알려 나가고 있습니다. 제주도에만 약 600~800개에 달하는 4·3 유적지들이 있습니다.평화기행을 통해 만난 분들이 ‘제주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 지 몰랐다. 앞으로 제주4·3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겠다’고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것은 저희에겐 큰 보람입니다.
평화기행이 대표적인 사업이지만 그 외에도 제주의 역사를 기억하는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주다크투어와 함께 여행하지 않더라도 제주를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유적지를 혼자서라도 쉽게 가실 수 있도록 온라인에 제주4·3 유적지를 기록하고 포털 사이트 지도 서비스에 제주4·3 유적지 등록도 하고 있습니다.
4·3관련 교육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육지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공동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에 이어 올해에는 <인권, 젠더, 평화의 눈으로 본 제주4·3>이라는 기획강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4·3을 젊은 세대가 기억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제주4·3을 이해해보자는 취지로 개최한 이 강좌는 제주지역 청년세대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동아시아 국가폭력 피해자와 함께 하는 국제연대 사업도 제주다크투어의 주요한 활동입니다. 지난 3월 UN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을 초청해 한국의 국가폭력 실태를 알리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 데 이어 UN 자유권 위원회에 제주4·3 등 한국 과거사 문제해결을 위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42차 UN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한국 과거사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제주4·3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제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벌어진, 또는 벌어지고 있는 4·3과 비슷한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함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주다크투어의 활동 미션이기도 합니다.
제주다크투어가 많은 분들을 만나며 꼭 꺼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기억’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에 사건이 있었다는 인식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가’를 생각하는 일이 아닐까요.
제주4·3은 더 이상의 국가폭력으로 사람들이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주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오키나와 강제 집단사 문제와 대만2·28,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등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제주다크투어는 많은 시민들과 제주4·3이 주는 메시지를 생각하려 합니다. 우리는 기억의 힘을 믿습니다. 저희와 함께 제주의 역사를 지키는 힘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