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크투어는 오늘(1/21, 음력 12월 19일) 오전 북촌 너븐숭이 4·3위령성지에서 열린 제73주년 제주4·3 북촌희생자 합동위령제에 다녀왔습니다.
이날 위령제는 제주4·3 기간 중 군경 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주민 400여 명을 기리기 위해 제주4·3희생자북촌유족회(회장 고완순)가 마련했습니다. 행사는 유족 제례와 합동위령제 순으로 이뤄졌습니다.
북촌은 특히 4·3 민간인 학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가장 앞줄에 언급되는 마을입니다.
73년 전인 1949년 음력 오늘, 하루아침에 350여 명의 주민이 무참히 학살당합니다. 마을은 불에 탔습니다. 이어 이튿날인 음력 12월 20일(1월 18일)에도 100여 명의 주민이 군국 제2연대가 주둔하는 본부(현재 함덕해수욕장)에서 죽임을 당합니다.
학살의 이유는 보초를 잘못 섰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근에서 무장대의 습격으로 군인 2명이 사망하자 그 분풀이로 주민들을 학살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군인들의 실전감각을 키우기 위해 이같은 만행을 벌였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이날의 참상으로 북촌은 한날한시에 제사를 지내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흡사 명절처럼 말이죠.
가슴 아픈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애꿎게 목숨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를 추모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른바 '아이고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일은 한국전쟁 종전 후 전사한 마을 청년들을 기리는 행렬이 학살이 이뤄졌던 공간을 지나가면서 벌어집니다. 그저 술 한 잔 올리자는 것이 '아이고'하는 통곡으로 이어졌습니다. 불과 5년 전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설움에 북받쳐 통곡을 하게 되는데요.
이 일이 사정 당국으로 흘러 들어가 당시 이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불려가 고초를 당하게 됩니다. 이장은 다시는 이러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게 됩니다.
이후 북촌 주민들은 더욱 숨죽인 채 엄혹한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1970년대 후반, 북촌의 이야기를 담은 현기영 작가의 작품 '순이삼촌'이 발간되었습니다. 북촌의 아픈 역사는 4·3을 입 밖으로 내뱉고, 더 나아가 제주섬 밖으로 4·3 알리는데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위령제에는 유족들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참석했습니다. 제주다크투어도 준비한 제주(祭酒)를 올리고 추모의 뜻을 전했습니다.
마을 부녀회에서 한 달에 걸쳐 뜨개질로 만든 동백 배지도 받았습니다. 내년 초 발간 예정인 북촌 향토지의 견본도 받아보았습니다. 4·3과 관련한 내용이 비중 있게 다뤄져서 인상 깊었습니다.
4·3을 비롯한 북촌의 역사가 젊은 사람들에게 이어지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는 마을 어르신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주다크투어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말씀이었습니다.
4·3의 물줄기가 끊기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