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14일, 제주다크투어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를 비롯해 정의기억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4.9통일평화재단 등 제주도 내외 과거사 단체들과 함께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했습니다. 제42차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제주 4.3 및 한국의 다양한 과거사 문제를 알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돌아왔습니다 🙂
[첫째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제주 4·3을 알리다
[셋째날] 유엔 제네바 본부 앞에서 외친 4·3 진상규명
유엔 인권이사회 본회의가 열릴 때 그 근처에 있는 다른 소규모의 회의실에서는 시민단체나 정부가 다양한 주제로 부대 행사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제네바를 방문한 한국 단체들도 부대행사 개최를 위해 제네바 방문 전부터 방을 예약하고 내용을 준비했는데요. 예전에는 한 단체 당 1시간 반 정도 회의실을 쓸 수 있었는데 근래 들어서는 한 단체당 한 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전쟁과 4.3, 그리고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로 나눠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오전에 열린 <한국의 전환기적 정의: 제주4.3과 한국전쟁> 부대행사에는 유엔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하 과거사 특별보고관)이 기조연설로 함께 했습니다. 지난 3월, 한국을 방문해 일제 강점기 때부터 제주 4.3, 한국 전쟁, 군부 독재시절의 고문 피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듣고 피해자들을 만나고 돌아간 특별보고관입니다. 본인이 특별보고관이기 전에 “활동가”임을 항상 강조하는 파비안 살비올리 특별보고관, 이 날도 유엔에 여러분의 친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아무리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라도 현재까지 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면 그건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라고 이야기하며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인권기준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제주 4.3 관련해서는 김종민 선생님께서 발제를 맡았습니다. 유엔에서 발표가 이뤄지는 만큼 4.3에 대해 미국 책임이 왜 있는지 조목조목 짚어 주셨습니다. 실제 대부분의 4.3 희생자들이 1948년 말부터 1949년 초까지 있었던 초토화작전 시기에 희생 되었는데요. 이 때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이다보니 미국은 책임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입장입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에 이승만 대통령과 주한 미군 사령관 사이에 체결된 '한미군사안전잠정협정'은 미군이 철수할 때까지 모든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갖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실제 초토화 작전 시기,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권은 미군이 갖고 있었던 것이죠. 행사에 참석한 외국인 참가자들은 처음 듣는 제주 4.3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여기에 미국이 얼마나 깊이 관여되어 있는지 듣고 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한국 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님이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간인 학살지 유해 발굴을 위해 힘쓰시는 안 국장님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입니다. 한국 정도의 민주화를 이룩한 국가면 이미 과거사 문제는 다 해결되었을 것 같았는데 부족한 조사기간, 정보 전달의 부족 등으로 인해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다시 놀라는 눈치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활동을 중지한 지 올해로 9년,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을 하루빨리 재개해 1기 때 다루지 못한 과거의 국가폭력에 대해 다시금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오후에는 <일제 강점기 하의 인권침해: "위안부"와 강제동원>이라는 이름의 부대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인권활동가 <김복동> 영화를 전체 상영하고 싶었지만 시간 제약 때문에 일부 편집본만 상영했습니다. 이미 "위안부" 문제는 유엔에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또 제네바에 오셔서 증언했던 김복동님을 기억하는 활동가들도 있어서 영상을 보는 내내 마음이 숙연해 집니다.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판 현황을 공유하고 국제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제외한 다른 한국의 과거사 문제들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주 4.3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과거사 문제들을 다루는 단체들이 함께해서 이번 제네바 방문은 더욱 의미 있었는데요. 유엔 과거사 특별보고관 보좌관과의 면담, 제네바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인권시민사회단체들과도 만나 한국 과거사 문제에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습니다. 향후 제네바를 통해 한국의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네트워크로 이어나가도록 열심히 활동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