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말] 제주다크투어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내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을 대상으로 안내판 내용을 분석하고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활동을 펼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유적지 안내판 조사보고서>로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제주도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주요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보고서 발간 5개월이 지난 현재 당시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사항들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주다크투어가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SNS에서 핫한 포토존으로 유명한 제주지역 오름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금오름인데요. 비가 온 뒤 오름 분화구에 물이 고여 생긴 연못이 최고의 사진 촬영 스팟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근데 그거 아시나요? 사실 이 금오름도 제주4·3 당시 주민들이 대피처로 활용됐던 유적지입니다. 거기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진지동굴까지 있어서 다크투어 유적지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지난 5월 21일 금오름 일대 다크투어 유적지에 다녀왔습니다.
우선 금오름 진입로에 있는 생이못에 다녀왔습니다.
생이못은 예로부터 인근 주민들이 소와 말에게 물을 먹이던 연못이라고 합니다. 4·3 당시에는 오름으로 피신한 주민들의 소중한 생명수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제주다크투어는 제주도 내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을 답사하고 유적지에 조성된 안내판을 점검하였습니다. 생이못도 점검 대상 중 한 곳이었는데요.
당시 생이못에 설치된 안내판에서는 큰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영문 안내문이 인근에 있는 엉뚱한 유적지를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복사-붙여넣기'를 잘못한 안내판이 버젓이 세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과연 현재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와 우려를 갖고 9개월 만에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안내판은 애매하게 개선이 이뤄진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영문 설명 위에는 생이못이 포함된 금악4·3길에 대한 설명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코팅지와 테이프로 조악하게 부착된 안내판이었지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외국어로 된 안내판이 없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생이못을 지나쳐 10분 남짓 금오름을 올라 정상 부근에 있는 일제 진지동굴도 살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유적지였습니다.
금오름에는 총 2개의 일제 진지동굴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2 동굴 입구에는 동굴의 내력이 설명된 표지석도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동굴도 태평양전쟁 당시 세워졌던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특히 4·3 당시에는 마을에 위험 신호를 알리는 신호수가 머물렀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유적지 안내판 조사보고서>를 작성할 당시에는 답사를 가지 못했던 곳이라 더 의미 깊게 다가왔습니다.
금악리에 있는 만벵듸 공동장지도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제주에서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학살이 자행되었을 당시에 희생된 분들을 모신 곳입니다.
자국군에 의해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는 위령비 꼭대기에 걸린 태극기가 서글프게 느껴졌습니다. 지난해 여름 답사 때와는 달리 안내판(표지석) 내용을 가리던 풀들이 정리된 상태였습니다.
다만, 표지석과 위령비 내용 중 희생자 수가 다르게 기재된 부분이 아직도 정리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별도의 정식 안내판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유적지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제주4·3을 더욱 살아있는 역사로 만드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앞으로도 꾸준히 유적지 답사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