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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말]제주다크투어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내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을 대상으로 안내판 내용을 분석하고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활동을 펼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유적지 안내판 조사보고서>로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제주도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주요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당시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사항들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주다크투어가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은 지난 8월 31일 오후 서귀포지역에 있는 4·3 당시 토벌대가 주둔했던 수악 주둔소와 시오름 주둔소, 쳇망어음 주둔소에 다녀왔습니다. 유적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 위해 한 손에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들고 힘차게 답사를 시작했습니다.

4·3 당시 주둔소는 주로 중산간 마을 위쪽 고지대에 축성되었는데요. 정부가 해안선 5km 이상 산간 지역에 대해서 입산 금지 명령을 내리고 중산간 마을을 모두 초토화시킨 뒤, 중산간 곳곳에 주민을 동원해 돌을 쌓아 토벌대가 머무를 수 있는 주둔소를 설치했습니다.

경찰 토벌대는 토벌대의 거점 마련과 주민들과 무장대와의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 주요 길목에 주둔소를 구축했습니다. 1952년 4월에는 제주도 전도에 32개의 주둔소가 있었습니다.

먼저 찾아간 곳은 수악 주둔소입니다. 수악 주둔소는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신례천 생태탐방로 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생태탐방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많은 탐방객이 찾는 곳인데요.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힘들어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지만 주차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에 따른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은 수악 주둔소 입구에서 5.16도로 방면으로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parking’이라고 써진 안내판이 있는 곳에 주차를 했습니다.

수악 주둔소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 (2021년 8월 31일 촬영)
수악 주둔소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 (2021년 8월 31일 촬영)

수악 주둔소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4·3유적지임을 알리는 표석과 수악 주둔소의 구조와 내용이 잘 기술되어 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20~30분 정도 올라가면 수악 주둔소에 다다를 수 있는데요. 수악 주둔소로 빠지는 갈림길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 않아, 초행길인 경우 유적지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위 사진 속 이정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입구에 이곳이 수악 주둔소임을 알리는 4·3유적 표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수악 주둔소는 한눈에 보기에도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는데요. 주둔소는 외성과 내성 이중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외성과 내성을 포함한 전체 길이가 300m를 넘는다고 합니다. 특히, 수악 주둔소는 회곽도를 갖춘 외성을 갖고 있습니다. 회곽도는 성벽 안쪽에 사람이 올라가서 성 밖을 살필수 수 있도록 조성한 감시로의 일종입니다.

내성 내부에는 토벌대의 숙영지로 사용되었던 건물의 터가 있는 등 다른 주둔소와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주둔소가 삼각형 모양인 데 비해 이곳은 사각형 모양을 하면서 비교적 규모도 큰 편에 속합니다. 수악 주둔소는 무장대 토벌을 위해 만들어졌던 주둔소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4·3유적 최초로 2018년에 등록문화제 제716호에 이름을 올린 곳입니다.

현재는 풀과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주변을 조망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4·3 당시에는 시야를 가리는 나무가 거의 없었고, 동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변을 살피기가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지리적 위치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수악 주둔소가 거점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악주둔소 성벽 모습. (2021년 8월 31일 촬영)
수악주둔소 성벽 모습. (2021년 8월 31일 촬영)
회곽도를 갖춘 외성이 남아 있는 모습. (2021년 8월 31일 촬영)
회곽도를 갖춘 외성이 남아 있는 모습. (2021년 8월 31일 촬영)

수악 주둔소 협조원으로 근무했던 한 어르신의 증언에 따르면, 한 번 성(수악수둔소)에 들어가면 5~6개월 정도 성안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성 내부에는 세면장과 건물터, 부속시설 등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시설이 갖춰져 있었던 걸로 파악됩니다.

수악 주둔소 안내판에 그려져 있는 조감도. (2021년 8월 31일 촬영)
수악 주둔소 안내판에 그려져 있는 조감도. (2021년 8월 31일 촬영)

한상봉 선생님이 펴낸 「제주4·3시기 군·경 주둔소」에 따르면 안내판에 나와있는 조감도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시 주민들이 증언했던 내용에 따르면, 주둔소 입구에 해당하는 부분이 ‘ㄴ’자 형태의 구조물이 있어서 안을 바로 통과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내판에 그려진 조감도에는 이런 내용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또, 주둔소 안에는 묘소가 조성되면서 주둔소 원래의 모습이 변했기 때문에 주둔소의 원형을 알 수 있는 조감도를 정확하게 그려 넣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시오름 주둔소 진입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4·3유적지 표석. (2021년 8월 31일 촬영)
시오름 주둔소 진입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4·3유적지 표석. (2021년 8월 31일 촬영)

수악 주둔소에서 남원 방향으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시오름 주둔소도 다녀왔습니다.

시오름 주둔소는 차들이 쌩쌩 달리는 산록도로에 위치하고 있는데 횡단보도와 주차공간의 부재로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진입로 입구에 4·3유적임을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어서 위치를 몰라 헤매는 일은 없었습니다.

작년 제주다크투어는 <제주지역 다크투어 유적지 안내판 조사보고서>에 시오름 주둔소에 안내판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9개월이 지난 지금, 걱정과 기대감을 가지고 도착한 시오름 주둔소에는 여전히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 않았습니다. 탐방객들이 시오름 주둔소를 잘 찾아왔어도 4·3 당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시오름 주둔소 경계 총안 모습. (2021년 8월 31일 촬영)
시오름 주둔소 경계 총안 모습. (2021년 8월 31일 촬영)

시오름 주둔소 축성작업에는 당시 서귀포경찰서의 지시로 서호, 강정, 호근, 법환 등에 거주하는 주민이 동원되었다고 합니다. 시오름 주둔소는 앞서 다녀온 수악 주둔소 보다 그 규모가 훨씬 작았으나 보존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수악 주둔소와는 달리 내성은 없고 외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높이는 약 3m, 전체둘레가 약 120m 정도 된다고 합니다. 삼각형 모양으로 구축되어 있는 시오름 주둔소는 모서리마다 보초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주민들이 주둔소 안에서 숙식을 하며 보초를 섰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쳇망어음 주둔소에도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4·3 유적지입니다. 유적지까지 가는 길도 복잡해서 길을 아는 사람을 대동하지 않는다면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쳇망어음 주둔소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만큼 이날 본 주둔소 가운데 가장 원형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웃자란 풀이 그대로 방치되는 등 관리 또한 전혀 이뤄지지 않아 주둔소 전체를 한눈에 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주둔소가 위치한 토지는 한 법인이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 유적을 보존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5월부터 현장 답사를 통해 4·3유적의 보존 상태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오름 주둔소의 현장 답사가 오는 9월 16일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다가오는 현장 답사를 통해 시오름 주둔소의 보존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시오름 주둔소로 들어서는 입구(제6산록교 입구 부근)와 시오름 주둔소 성담 앞에도 유적지 안내판이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수악주둔소 유적지 안내판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어보았어요 :D
수악주둔소 유적지 안내판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어보았어요 :D

제주4·3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기 위해선 이 같은 유적지들이 더 잘 보전되어야 합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앞으로도 제주4·3 유적지가 제대로 보존되고 있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하겠습니다. 제주4·3 유적지가 오래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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