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생태습지센터 주변을 중심으로 제주4·3 유적지가 있는데, 제주4·3 당시, 토벌대를 피해 선흘리 주민들의 은신처이자 학살터였던 대표적인 굴(도틀굴, 목시물굴 등) 중에 '벵뒤굴(벵듸굴)'이 있습니다. 다랑쉬굴에서 평화기행을 마친 제주다크투어 대표와 신입활동가들은 사무실로 향하던 길에 이곳을 답사했습니다.
벵뒤굴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87번, 최근 주소로는 선흘리 365이며, 웃밤오름(웃바매기오름)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고, 국가지정 문화재 제490호입니다. 대형버스로는 접근이 쉽지 않고, 승용차로는 선교로를 타고 오시다가 벵뒤못 들어가는 좁은 시멘트 포장로 진입해서 그 길 끝까지 들어오셔야 합니다. 그럼 '웃바매기 오름' 표지석이 보이고 이곳에 주차를 한 후에 아름다운 삼나무 길을 따라 가게 됩니다.
아름다운 삼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길 왼편에 나무 울타리가 있는 '벵뒤굴(벵듸굴)' 입구가 나옵니다. 들어가면 최근에 다시 설치한 듯한 안내과 철조망에 가려진 벵뒤굴의 실제 입구가 보입니다.
벵뒤굴이 위치한 선흘리는 조천읍에서도 중산간 지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안마을에 비해 산림이 우거진 선흘리 주변은 주민들이 피신하기 좋은 자연굴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토벌대가 무섭게 선흘리 마을을 불태우며 파괴하고 있을 때, 도틀굴, 목시물굴, 벵뒤굴 등 여러 굴에 주민들이 은신했다고 합니다. 1948년 11월 17, 이승만 정부는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초토화 작전 실행합니다. 이에 따라 11월 21일 선흘리는 불바다가 되었고, 일부 주민들이 주변 여러 굴로 피신하게 됩니다. 11월 25일 도틀굴, 26일 목시물굴에 이어 27일 벵뒤굴이 발각되었고 이곳에서 학살 된 사람은 총 14명 이었다고 합니다. 굴 내부는 워낙 미로같이 복잡해서 당시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분명 이곳 말고도 주변 자연굴에서 은신해 있거나 은신했다 학살 된 제주4·3의 흔적이 있겠지만 지금은 숲이 무성해 수많은 굴의 입구를 찾는 것 조차 어렵다고 합니다(제주4·3연구소, 2020).
과연 벵뒤굴 안내판에는 제주4·3 유적지라는 소개가 들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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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크투어가 해야할 일 많은 것 같습니다.
벵뒤굴을 소개한 안내글에는 제주4·3에 대한 소개는 없었습니다. 웃바매기오름 옆 표지판에도 벵뒤굴의 제주4·3 역사는 언급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안내표지판에는 벵뒤굴의 지질학적 가치를 짧게 언급하고 있고, 오름 표지석 옆 표지판에는 유스코 세계자연유산이고, 국가지정 문화제이니 무단출입, 동식물 채취를 금한다는 무서운 경고문이 있었습니다.
관련 부처에 제주4·3 유적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안내문 마련을 요청해야겠습니다.
제주4·3 유적지 '벵뒤굴'에서 우리는 아직 제대로 제주4·3을 기록지 않은 안내판을 발견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 국가 문화재로서도 정말 의미있는 제주의 자연이지만, 불과 70년 전 무고한 제주도민이 학살되었고, 절대 반복해서는 안되는 어두운 역사의 기록도 분명 동등한 가치로 다뤄져야겠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방문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지만 혹여 방문하는 분들이 벵뒤굴에서 있었던 제주4·3의 역사를 꼭 알고 기억할 수 있도록 제주다크투어도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참고: 제주4·3연구소, 2020, 제주4·3 유적1-제주시편, p.619-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