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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말] 제주다크투어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내 다크투어 유적지 100곳을 대상으로 안내판 내용을 분석하고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활동을 펼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유적지 안내판 조사보고서>로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제주도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주요 자료로 활용되었습니다. 보고서 발간 5개월 정도가 지난 현재 당시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사항들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주다크투어가 다시 현장을 찾았습니다.
천제연폭포 전경입니다.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천제연폭포

코로나 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요즘도 제주를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제와 방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웃픈' 상황에 처한 제주입니다.

찾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제주가 매력적이라는 얘기겠지요. 그 매력 중 한 가지가 바로 폭포일 텐데요. 이러한 폭포에도 제주4·3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습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지난 5월 31일 서귀포시에 있는 폭포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폭포수가 바다로 바로 쏟아지는 정방폭포와 비취색의 물빛이 눈부신 천제연폭포에 다녀왔는데요.

정방폭포 전경입니다. 정방폭포는 제주4·3 다잇 서귀포지역의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터였습니다.
제주4·3 당시 서귀포지역의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터였던 정방폭포

먼저 찾은 곳은 정방폭포였습니다.

정방폭포는 제주4·3 당시 서귀포지역의 대표적인 학살터였습니다. 군 토벌대(정보과)에서 취조받은 주민 중 즉결처형 대상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대부분 이곳 정방폭포와 소남머리 일대에서 희생되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1949년 1월 22일 안덕면 동광리, 상창리 주민 등 80여 명이 집단총살되었습니다.

소낭머리 절벽입니다.
제주4·3 당시 학살이 자행됐던 소낭머리 절벽. 정방폭포 상단과 이어져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제주다크투어가 정방폭포를 찾았을 당시에는 '관광지'로서의 안내판만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제주다크투어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학살터에 단 한 줄의 설명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8개월 만에 다시 방문한 정방폭포에는 제주4·3 유적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정방폭포로 진입하는 매표소 옆 기존 관광지 안내판 옆에 설치되었는데요. 정방폭포로 들어가려면 꼭 지나쳐야 하는 위치였습니다. 안내판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내용도 충실히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유명 관광지인 만큼 영어,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로 된 설명문도 있었습니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보다 많이 제주4·3에 대해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괜스레 뿌듯해졌습니다.

최근 새롭게 조성된 정방폭포 제주4·3 안내판입니다.
정방폭포에 새롭게 조성된 제주4·3 안내판. 지난해(2020년) 9월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찾은 정방폭포에는 제주4·3에 대한 설명이 있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관광지 정방폭포 안내판입니다.
지난해 9월에는 관광지인 정방폭포에 대한 설명이 있는 이 안내판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어서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천제연폭포를 찾았습니다.

이곳에는 4·3 당시 서귀포 중문면에서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제주4·3 중문면 희생자 위령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위령공원은 폭포 매표소와 칠선녀 다리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천제연폭포 전경입니다.
전체연폭포

지난해 <유적지 안내판 조사보고서> 발간을 위한 답사 당시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매표소 안쪽 출입이 제한되어 답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중문면 위령공원은 비취색 물빛의 폭포를 지척에 둔 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령공원이 조성된 것이지요. 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주4·3을 알리기 위한 마음이었을까요.

천제연폭포 인근에 조성된 제주4·3 중문면 희생자 위령공원입니다.
천제연폭포 인근에 조성된 제주4·3 중문면 희생자 위령공원
제주4·3 중문면 희생자 위령비 뒤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들 입니다.
제주4·3 중문면 희생자 위령비 뒤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들

희생자 위령비 뒤편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희생자의 이름은 마을별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드문드문 ‘~의 자’, ‘~의 2녀’처럼 아직 이름을 받지 못한 어린이들의 흔적도 보였습니다. 학살은 나이의 고하(高下)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위령비 앞쪽에는 희생자를 기리는 시비(詩碑)와 이들이 어떻게 희생되었는지 기록하고 주민들을 위무하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표지석은 우리 제주다크투어의 자문위원인 김종민 선생님께서 쓰셨습니다. 표지석은 영문, 중문, 일문 등 외국어로 된 것도 있었습니다.

제주에는 멋진 경관을 가진 장소가 많습니다. 근데 그런 장소 대부분이 제주4·3 당시 아픈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오늘 소개한 정방폭포가 대표적인 곳 중 한 곳입니다. 천제연폭포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단입니다. 이런 장소가 더 늘어나고 더욱 알려질 수 있도록,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이 제주4·3을 기억할 수 있도록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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