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크투어는 10월부터 2개월간 성산일출도서관과 공동으로 '길위의 인문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산 지역 4·3 생존자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유적지를 기록해 성산읍 다크투어 휴먼 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향후에는 다크투어 유적지 답사 결과와 4·3을 경험하신 성산읍 주민들의 기억을 엮어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 계획입니다.
프로젝트를 추진한 지 한 달, 성산 지역 4·3 생존자 총 열 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생후 17개월, 토벌대의 흉탄을 3발이나 맞고도 살아남은 할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7살 어린 나이에 토벌대에 끌려가는 아버지를 붙잡고자 다리를 부둥켜안았으나 결국 그길로 아버지를 잃게 되었다는 할아버지의 기억,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마을에서 4·3에 대한 기억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4·3에 대해 말씀하실 때면 목이 메 눈물을 훔치시는 할아버지의 한탄. 참혹했던 4·3 당시의 이야기와, 이후 폐허가 된 삶의 터전을 새로 일구며 강인하게 삶을 살아낸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4·3을 겪으신 것이 슬프거나 억울하지 않냐는 물음에 살짝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며 ‘슬플 나이는 이미 지났다’고 농담하셨던 90대 중반의 할머니도 만났습니다. 할머니께서 인터뷰 말미에 강조하셨던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왜정 때 전쟁(태평양 전쟁), 4·3, 6·25. 살면서 전쟁을 세 번 겪었어. 더 이상 전쟁은 없어야 해.” 할머니는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으셨습니다.
성산일출봉으로 잘 알려진 제주 섬의 동쪽, 성산읍에도 다크투어 유적지들이 있었습니다. 해돋이 장소로 유명한 광치기해변은 이른바 ‘터진목’으로 불리며 4·3 당시 일상적으로 주민들이 학살당하던 공간이었습니다. 성산일출봉 입구에 있는 ‘우뭇개동산’에서도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은 폐건물로 남아 있는 당시 국민학교 건물에는 극악한 서북청년단 특별중대가 주둔했다고 합니다. 이 건물에서는 고문을 이기지 못해 울부짖는 주민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제주다크투어는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힘을 믿습니다. 저희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난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역사가 될 수 있도록 기억하고 기록하겠습니다. 제주4·3의 기억을 함께 공유하며 이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