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경 추도비 올바른 안내판 설치 정의로운 역사 해결 위해 제주도가 즉각 나서라
4·3 초기 학살을 주도한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올바른 4·3 안내판 설치와 관련, 제주지방보훈청은 제주도 4·3 지원과의 회신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한 후 추진하겠다는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민예총, 제주 4·3연구소, 제주 4·3유족회, 제주 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 4·3도민연대, 제주민자치연대, 제주통일청년회, 제주평화인권센터 등 30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4월 제주도의회에 역사의 진실을 올바로 전달할 수 있도록 “박진경 대령 추도비 올바른 4·3 안내판 설치” 청원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청원에 대해 제주지방 보훈청은 “추도비 및 인물에 대한 논란을 막고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평가에 대한 정확한 사실 규명 자료를 활용할 필요가 있고, 현재 4·3추가진상조사보고서(2차)가 진행 중이며 올해 말 완료예정”이라며 “이에 동 보고서를 토대로 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한 후, 자문단 구성 및 안내판 설치 등 검토, 추진이 바람직하다 판단된다고 최근 통보했다.
청원 이후 2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제주지방 보훈청이 내놓은 답변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담당 주무 부서인 보훈청이 관련 내용을 몰라서 4·3지원과에 관련 사항에 대해 문의를 했고, 지원과가 작성한 회신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는 사실도 드러나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적극적이어야 할 제주도의 담당 부서가 정의로운 4·3해결에 재를 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정부가 작성한 제주 4·3 진상조사보고서에 박진경 대령의 학살 책임에 대한 자료는 차고도 넘친다.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손선호 하사의 재판정에서의 진술뿐만 아니라 박진경 연대장의 참모였던 임부택 대위의 증언, 미군 비밀보고서 등 박진경 대령의 무차별 토벌 작전에 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진상조사보고서라는 역사적 평가와 정확한 사실 규명 자료가 있음에도 2차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진행을 핑계로 역사 안내판 설치를 미루겠다는 것은 제주도 스스로 제주 4·3 명예훼손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2차 추가진상조사는 지역별과 행방불명 피해실태, 4·3시기 미국, 미군정의 역할, 재일제주인 피해실태, 연좌제 피해실태, 무장대와 군경토벌대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가진상조사는 기존 진상조사보고서에서 미진한 부분을 추가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박진경 대령의 토벌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사실들이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규명되었다. 지원과가 추가진상조사를 핑계로 올바른 역사 안내판 설치를 미루는 것은 4·3 지원과, 나아가 제주도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와 관련한 제주 4·3지원과의 인식이다. 제주투데이 보도에 따르면(2023년 7월 11일자) 지원과는 박진경 대령이 30만 도민을 모두 희생시시켜도 무방하다고 한 발언 자체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 4·3단체 때문에 박진경 대령이 유명세를 탄 부분도 있다”면서 “4·3 관련 단체들을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등 4·3 지원 업무 소관 부서의 역할을 망각한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라는 제주 4·3지원과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제 박진경 대령 4·3 추도비 올바른 역사 안내판 설치는 제주도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내세우는 제주도가 올바른 역사 안내판 설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부정이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역사적 진실을 바로 세우기 위해 박진경 대령 추도비에 대한 올바른 역사 안내판 설치에 제주도가 직접 나서는 동시에 그동안 누구보다 4‧3해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자부하는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
2023년 7월 12일
제주민예총/제주4·3연구소/제주4·3희생자유족회/제주4·3도민연대/제주4·3기념사업위원회/제주4·3평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