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시국 기자회견
전쟁 프로세스를 평화 프로세스로!
윤석열 정권의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
한국전쟁 이후 전쟁 위험이 가장 높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대화 채널은 모두 끊기고, 대북·대남 전단 살포는 7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는 방임한 채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훈련 재개,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재개 등 강경 대응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방안은 보이지 않고 무력 충돌 위기만 고조되는 상황입니다.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평화적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접경 지역 주민들은 최근에는 전례 없는 대남 확성기 방송 소음으로 연일 고통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반도 평화행동은 오늘(11/12) 오후 1시 30분, 한국YWCA연합회 4층 A스페이스에서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시국 기자회견 <전쟁 프로세스를 평화 프로세스로! 윤석열 정권의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를 개최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윤석열 정부가 평화를 위해 일할 것을 요구하며,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 순서
사회 : 이태호 (한반도 평화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발언1. 김종생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발언2.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 이사장)
발언3.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
발언4.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발언5.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기자회견문 낭독 : 김경민(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고명자 수녀(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화해분과), 홍상영(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전쟁 프로세스를 평화 프로세스로!
윤석열 정권의 정책 전환 촉구한다
지금 한반도에는 전쟁의 기운이 가득하다.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는 안전장치였던 군사합의서의 효력이 정지되었고, 최소한의 소통 창구도 없이 서로에 향한 적대행위와 군사적 위협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남한은 ‘자유의 북진’을 외치며 서로 ‘전쟁 불사’, ‘선제공격’을 공언하고 있다. 북한은 ‘핵 무력의 고도화’를, 남한은 ‘핵 기반의 한미동맹’을 추구하고 있다. 남북 어느 측도 ‘평화’를 말하지 않고 있다. ‘종전’의 희망도 ‘비핵화’의 전망도 점점 희미해지고 우발적인 충돌의 가능성만 높아가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주변국과의 협력틀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반도를 축으로 하는 진영 대결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남북이 적대하면서 세계 패권 경쟁을 한반도로 불러들이고 있다. 심지어 강대국들이 개입하고 있는 국제분쟁에 남과 북이 함께 연루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남과 북이 경쟁적으로 해외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고 전쟁을 수출하여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형국이다.
윤석열 정권은 대북 무력시위와 심리전에 과도하게 몰입하고 철 지난 흡수통일론, 북한 붕괴론에 집착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유지해 온 ‘균형 외교’를 폐기하고 대중국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의 첨병을 자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서고 있다. 우리는 편향과 독단이 반복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지난 2년 반 동안 강요되었던 대결과 적대,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을 옥죄어온 전쟁의 위기를 결코 두고 볼 수 없다. 우리에게는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정부에 평화를 위해 일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에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 요구한다.
첫째, 지금 당장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을 예방할 방안을 마련하라. 남북 정부와 민간 어느 누구도 군사분계선과 접경지역에서 한반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무력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자극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적대행위가 전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남북 모두 전단 살포, 심리전, 무력시위 등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우발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복구해야 한다. 더불어 9.19 군사합의서는 조속히 복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접경지역에서의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대응하자 이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9.19 군사합의서 효력정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훈련 재개의 빌미로 삼았다. 최근 평양 상공에서 남측 무인기가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위험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접경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정당한 우려를 수용하여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 더불어 대북 확성기 방송, 접경지역에서의 자극적인 군사행동을 먼저 중단함으로써 군사합의서 복원을 위한 신뢰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둘째, 관계 개선을 앞세우고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추구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를 주장해 왔지만, 평화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적대의 악순환, 대결의 악순환만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대북 협상을 배제하고 강대강 대결을 이어가는 사이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주창하는 ‘자유의 북진’, ‘자유 통일’은 상대방의 붕괴를 촉진하고 흡수통일을 꾀하며, 이를 위해서는 군사적 수단의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을 포함하고 있다. 한반도의 시계를 냉전 시대로 되돌리는 이 발상은 북측의 대남 적대 정책과 핵무장에 좋은 핑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 북미·북일 관계 개선에 기초한 평화적 접근만이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제재와 압박, 군사적 우위를 과시하는 실패한 정책을 버리고 관계 개선과 평화공존에 기초한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접근법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 미일 편중 외교를 멈추고 균형외교와 평화협력 외교로 전환하라. 윤석열 정부가 외쳐온 ‘글로벌 동맹’, ‘가치 외교’는 독단과 편향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는 외교적 참사였다.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를 ‘보편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추켜세우면서 피해자 권리 침해와 역사 왜곡에 공조했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하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기정사실화한 결과 주변국과의 관계는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는 사실상 적대관계처럼 되고 말았다. ‘글로벌 전략동맹’, ‘가치동맹’이라고 포장해 온 대미 편중 외교의 결과는 이제 미국 우선주의라는 값비싼 비용청구서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공존과는 거리가 먼 전쟁 연합의 추구, 다극화 추세에 역행하는 편중외교와 편협한 이념대결을 멈춰야 한다. 한반도 주민의 살길은 평화와 협력에 있다. 균형 외교를 복원하고 한반도 남과 북과 세계가 평화 공존하며 협력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넷째, 국제 무력 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 시도를 중단하라.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를 도와 파병하고 남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과 ‘참관단’ 명목의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에 북한군이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인 북러 간의 ‘상호 방위’ 의무를 행하는 것으로 용납될 수 없는 불법적 참전이다. 한편,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과 참관단 명목의 군대 파견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행되는 것에도 반대한다. 특히 국군의 해외 파견은 국회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하는 윤석열 정부의 파병 검토는 설사 부대 규모가 아닐지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특히 북한에 대한 심리전을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자는 국가안보실장과 여당 중진의원의 대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어 드러난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 정부는 국제분쟁을 남북 대결의 대리전으로 삼으려는 유혹을 떨쳐버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휴전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
다섯째,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하라. 윤석열 정부의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대북 대외정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모든 비판은 묵살되었고 비판자들은 ‘반국가 세력’으로 매도당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대외정책에는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장치마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를 강조할수록 시민의 자유는 후퇴했고, 법을 악용하고 외부의 위협을 강조하여 시민을 통제하는 낡은 안보국가의 망령이 힘을 얻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추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할 목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유발하고 정치적 동원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의 책임자들에게서는 평화를 간절히 원하는 민의를 수용하고 반영할 의사도 소양도 찾아볼 수 없고, 적대의 악순환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해법도 경륜도 기대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을 적대의 악순환과 전쟁의 위험으로 내몰지 말라. 평화를 원하는 우리는 평화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정권이 변화를 거부하면 우리도 정권을 거부할 것이다.
2024년 11월 12일
한반도 평화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