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악주둔소

이 곳 위치가 수악(물오름, 水岳)의 동남쪽에 만들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신례천과 하례천 계곡 사이에 있는 동산에 위치해 있다. 수악은 제주시 조천읍과 남원읍 경계에 있는 원추형 측화산(고도 472m)이다.

주둔소는 내성과 외성으로 구성된 이중 구조이며, 외성이 일대를 둘러싸고 있다. 외성의 바깥쪽 높이는 3.5m, 내벽은 2m 정도이다. 주둔소 내부 면적은 약 826 m²(약 250평)이다.

수악주둔소는 외성 일부의 돌들이 무너져내렸지만, 사람들의 출입이 많지 않았던 탓에 비교적 형태가 잘 남아있다. 또한 난방과 취사를 했던 아궁이 터, 화장실 터 등이 잘 남아있다. 특히 아궁이터에는 녹이 슨 무쇠솥이 남아있다.

지금은 이 일대가 수풀로 우거져있지만, 당시 이 주둔소는 일대를 조망하기에 최적지였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남쪽으로 남원읍 신례리, 하례리, 효돈 등을 조망할 수 있었고, 동쪽으로 납원읍 한남리까지 보인다. 서쪽으로는 수악 인근, 북쪽으로는 물오름까지 한 눈에 살필 수 있었다고 증언한다. 주둔소 정문에는 높이 6m의 삼나무를 박아서 나무 꼭대기에 주둔소를 표시하는 하얀 깃발을 달았다고 한다.

1949년 3월 제주지구전투사령부가 귀순작전을 벌이면서 무장대 세력이 급속히 약화됐고 6월 무장대 사령관 이덕구가 피살되면서 무장대는 궤멸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잔여 무장대의 세력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다시 확대됐다.

이에 제주도경찰국은 무장대와 주민들간의 연결을 차단하기 위해 제주도 산간 곳곳에 주둔소를 설치한다. 그중에서도 수악주둔소는 195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952년 4월에 이르러서는 제주에 32개의 주둔소가 있었다.

또한 제주도경찰국은 적극적인 무장대 섬멸계획을 세우고 1952년 11월 4개부대로 구성된 500여 명 규모의 ‘100전투사령부’를 창설했다. 수악주둔소는 ‘100전투사령부’의 주요한 거점이 되었다.

주둔소는 경찰 1명과 마을청년 5~6명이 상주하며 경계를 했으며, 토벌대 60명이 동시에 취침 및 식사를 할 수 있을 규모의 주둔소도 있었다.

수악주둔소 축성에는 신례리, 하례리, 서귀포시 상효동 주민들이 동원됐다. 주둔소에 물자를 나르는 일에는 대부분 신례리 주민들이 맡아서했다.

수악주둔소는 제주시, 서귀포시에서 버스를 타고 수악교 정류장에서 하차해 2.2km를 걸어가면 이를 수 있다. 개인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송목교(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하차해 신례천 생태탐방로(2코스)로 약 30분 걸어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한편, 수악주둔소는 2018년 6월 8일 국가 등록문화재 제16호로 등재됐다. 4·3 유적 가운데 제주4·3의 흔적이 생생하게 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출처

• 『제주4·3유적Ⅱ』(제주4·3연구소, 2004)
•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2003)
• 『제주4·3유적 종합정비 및 유해발굴기본계획』(제주도·제주4·3연구소, 2005)
• 『제주의 오름』(제주도, 1997), 오창명
• 『제주도 오름과 마을이름』(제주대학교 출판부, 1998), 김승태·한동호 외
• 『오름길라잡이』1(대동출판사, 2005)
• 『한국지명유래집』-전라·제주편(국토해양부·국토지리정보원, 2008)